‘대표상권 梨大’ 꺾인지 오래… 동남아 ‘빈손 관광객’만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유행 주도하던 옷·신발가게, 상권 위기에 신음… "인건비도 못건지는 날 허다"
梨大축제에도 특수는 없어… 캠퍼스 지나치게 상업화, 오히려 관광객 빨아들여
10년전 생긴 대형쇼핑몰 상권 죽이고 흉물 전락… "허가해준 지자체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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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상권 梨大’ 꺾인지 오래… 동남아 ‘빈손 관광객’만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이대역 인근 상권을 방문해 둘러보며 상권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대표상권 梨大’ 꺾인지 오래… 동남아 ‘빈손 관광객’만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디지털타임스 연중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자문위원과 취재진이 이대역 인근 상권을 방문해 둘러보며 상권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대표상권 梨大’ 꺾인지 오래… 동남아 ‘빈손 관광객’만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8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상권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서울 '이대역' 상권 정밀진단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일대. '불패상권'으로 불리던 서울 이대역 일대가 지금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등굣길 걸음을 서두르는 이화여대 학생들 사이로 느긋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뒤섞였다. 쇼핑 계획은 없어 보인다.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러고 보니, 문 닫은 점포가 한 집 건너 하나씩이다.

늦은 아침 점포문을 열고 장사 시작에 앞서 여성복 진열대를 정리하던 김씨(남성·30대)는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근근이 버텼는데 최근엔 지갑 안 여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옷만 뒤적이다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문을 닫고 다른 곳을 물색할까 고민한지 오래됐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폐업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유동인구는 급감한지 오래란다. 옆집 신발가게 주인도 "보세옷, 보세신발 가게골목 다 죽은지가 언젠데"라며 "인건비도 못 건지고 들어가는 날이 허다하다"고 거든다.

이대 정문과 맞닿은 메인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승의날'(15일)과 '성인의날'(20일)을 낀 5월 꽃 대목이지만, 꽃 가게에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 꽃 집 밖에 서 손님을 기다리던 꽃집 관계자는 속이 탄다며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가판대를 따로 두지 않은지 오래라고 했다. 그는 "주문 밀려가며 꽃 팔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며 "스승의날 되면 으레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거리에 나가 꽃다발을 팔았었는데 꽃 찾는 손님이 확 줄어서 더는 안 한다. 인건비 건지기도 힘든데 뭐"라고 했다.

이대 상권도 한때는 찬란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10여년 전 서울에 사는 여고생이었다면 한번쯤 이대 인근 상권을 떼지어 다니던 기억이 있을 터다. 유행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던 이대앞 대로변은 늘 유동인구가 많았다. 매일 젊은층 인구가 붐비고, 대목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상권이 빛을 바랜지 오래다. 차라리 지방 중소도시 재래시장이 상황이 더 나을 지경이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이대상권의 몰락화한 배경은 차치하고, 존재 명분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격 거품 빠지나…임대주 "천만의 말씀!"='건물주 직접 임대. 권리금 없음'. 이대 이면도로 쪽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대 정문 오른편 내리막길을 따라 200m 남짓한 거리. 빈 점포마다 이렇게 써놓은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겨울 세입자가 떠난 뒤 여태 세입자를 찾지 못한 건지 두꺼운 패딩이 진열된 점포도 있었다.

조금 전 들른 두 곳의 신축빌딩은 오히려 나은 편이었다. 영타운을 염두해 지은 것으로 보이는 A 신축 빌딩과 B 빌딩 모두 목 좋은 1층 공실이 4분의 1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주민은 "여기가 이대상권 한창 잘 나갈 때 그중 으뜸으로 번성했고, 명동 저리가라 하던 당시 유행 주도하던 골목이었는데 어느 날 사르르 죽어버리더라"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80만원하던 점포가 지금 1000에 150까지 빠졌는데도 안 들어간다는 거 보면 말 다했지 뭐"라고 말했다.

인근 점포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70대 박모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매상이 거의 없다시피한 가게가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렇대도 집주인이 내려주는 줄 알어? 절대 알아서 내려주지 않는 게 임대료지"라며 "부담 못 견뎌 가게를 접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주 입장은 또 다르다. 불과 3~4년 새 임대료를 20%나 낮췄는데 더 낮추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대 정문 앞 빌딩 소유주인 노형주(71세)씨는 "주변여건이 변화를 거듭하는 동안 이대상권은 거꾸로 쇠퇴를 거듭했다. 진짜 장사 잘하는 선수들이 들어와서 자가발전을 해줘야하는데 다들 홍대로 떠나버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라는 브랜드가 있으니 진짜 선수만 있으면 집객효과는 빠르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20년 넘게 받아온 임대료를 더 빼는 건 진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대생 없는 이대 상권= 이대 창립 133주년 '대동제' 첫날이었다. 하지만 학교 밖 어디서도 축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썰렁하기는 이대 캠퍼스도 마찬가지다. 장터를 준비한 학생 수가 장터 고객보다 많아 보였다. 눈도 피해가며 강의실을 찾는 동문들의 반응을 얻기 위해 힘줘 호객행위를 벌였지만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도 없다.

이대 일대에서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김모(60대)씨는 "대동제 특수를 기대하지 않은지 오래됐다"며 "축제때만 되면 상인연합회는 후원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현수막도 제작해 광고도 하고 했는데, 그건 다 옛말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한모(50대)씨는 "축제인지조차 몰랐다. 오히려 평소보다 매출은 떨어진 것 같다"며 "학교 안에 학생우대 해주는 밥집이 있으니 안 나오는 모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생들은 이대상권을 주무대 삼지 않는다고 했다. 익명의 한 이대생(26)은 "중국 큰 손들 놀다가라고 만든 상권 아니냐. 거기서 옷 사입은 적 없다. 싸구려 상권에 섞이고 싶은 마음 없다"고 말했다. 예서제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학교 캠퍼스가 외국인 관광객에 점령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다. 또 다른 학생은 "학교는 유원지가 아니니 선은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며 이대 축제를 즐기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이다. 자세히보니 이날 찾은 이대 교정에는 동남아시아계 관광객들이 주를 이뤘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전부 관광객이다.

1만9000평에 달하는 이화캠퍼스센터(ECC)가 지나치게 상업화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장소가 돼버리다 보니 학생들이 희생해야 할 부분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CC에 들어서니 갖가지 상업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굳이 학교 밖을 나가지 않아도 될만큼 편의시설도 다 갖췄다. 편의점은 물론 안경점, 꽃집, 중국집 등이 있는데 일부는 이대생에 15% 할인우대를 적용해준다. 상황이 이러니 2008년 완공된 ECC를 이대 상권 쇠락의 원인으로 꼽는 이들도 많았다.

이대 정문 앞에서 20년 넘게 이화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해창 대표(72)는 "영세한 상인들과 달리 대기업 자본으로 무장한 교내 상업시설"이라며 "애초에 가치판단이 틀렸다. 이미 지역과 학생을 위한 게 아닌 관광객 명소가 돼버려 딜레마"라고 말했다.

◇지자체 인식·공감·소통 부족=이대 대표 흉물로 전락한 '예스에이피엠(YES apm)'도 상권 인지도를 급속히 추락시킨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이 대형 쇼핑몰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상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대역과 이대정문의 허리께 위치해 연결된 상권이 중간에 끊어진 형국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지해창 대표는 지자체의 탁상공론과 상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족을 탓했다. 그는 "에이피엠 분양 당시 구 의원이 개발업자와 유착세력에 의해 특성에 맞지 않는 허가를 내준 결과"라며 "멀쩡하던 이대 상권 다 죽어버리고 타격은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절정기던 상권에 에이피엠 허가내주면 흔들릴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하던 때"라며 "상권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살리는 노력은 몇 십배 필요하다. 특히나 자본 없는 디벨로퍼들에 의해 죽은 상권은 다시 살리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에 들른 명지대 앞 상권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8년여에 걸친 명지대 뉴타운 재개발이 이어지는 동안 명지대상권 임대료는 껑충 뛰었다. 그 결과 가성비 좋은 싼 음식점들은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짐을 쌌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 직격탄이 됐다. 이들이 갈 저렴한 음식점들을 전처럼 찾기 어렵게 되면서다. 13년째 명지대 인근에서 참기름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38세 김모 사장은 "대학가 인근이지만 재개발 끝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유동인구가 급증한 탓에 임대료도 급증했는데 언덕을 올라야 있는 명지전문대 근처는 상권형성이 전혀 안 돼 있다"며 "애초 개발 계획에 있어 균형감과 형평성이 부재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1967년 문 연 인왕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자체 허락에 시장 바로 옆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며 과거 유동인구 대비 20분의 1이나 급감한 상태지만 자리 당 보증금은 지난해 150만원에서 10% 정도 외려 올랐다. 전 상인회장인 이재석 인왕명품수선 대표는 "탈북을 해도 터전을 주는 게 한국인데 법인시장이라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난민 취급을 받고 있다"며 "임대료는 더 내고 안전판이라곤 하나 없다. 50년 넘은 전통 재래시장의 몰락을 지자체가 마냥 외면해선 안 될 문제"라고 했다. 법인이 시장 전체의 주인인 법인시장의 경우 지자체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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