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소득주도성장` 포기 선언하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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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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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소득주도성장` 포기 선언하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에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최악으로 추락하고 소비부진과 고용참사, 분배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호전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경제는 성공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고 평가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 90%", "고용의 질 개선" 등 현실과 괴리된 언급은 여러 차례 있었다.

진짜 경제실상을 모르는 것인가. 경제참모들이 어떤 보고를 하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만 탓할 게 아니다. 구체적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곳곳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는 걸 알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OECD 회원국의 대부분은 최저 수준의 실업률에 일자리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만 뒷걸음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이다. 최저임금 과속인상이 곳곳에 고용참사를 불러왔다는 걸 정부가 무려 1년 5개월 만에 인정했다. 그러나 인정만 했을 뿐 정책을 바꿀 생각은 없다. 빨간불은 멈춰서라는 경고등인데 그걸 무시하고 달리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2년 간 30%(주휴수당을 포함하면 50%) 가까이 인상했는데 그걸 견딜 경제가 있겠는가. 내년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지만, 비록 동결한다 하더라도 이미 과속 인상의 후유증과 부작용은 산업 전반에 퍼져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만들어 소득을 줄이는 주 52시간제 강행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말하지만 일자리가 없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재정을 풀어서 일자리 만들겠다는 것도 잘못된 정책의 땜질처방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영세 자영업자 지원에 6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풀었고 일자리 예산으로 54조원을 투입한데 이어 올해에도 23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제대로 된 일자리일 수가 없다. 버스업계 파업도 세금으로 막는 등 일만 터지면 세금에 기댄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 의료복지 확대, 올 2학기부터의 고교 무상교육도 모두 돈 푸는 일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하듯이 뒷일 생각 않고 당장 좋은 것만 하려고 한다.

돈 푸는 재정정책은 결국 국가채무를 늘리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문대통령은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단기 부양 위한 정책은 위험하다"고 했다. 국가채무비율(GDP 대비)은 40%로 여유가 있다고 하는 건 앞뒤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공기업을 포함하면 채무비율은 60%가 넘고, 여기에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하면 국가부채는 1700조원에 육박한다. 경제성장률 둔화, 빠른 고령화 등으로 재정확대정책을 펴지 않아도 국가채무는 늘어나게 돼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세금 낼 곳도, 사람도 줄어든다. 더욱이 한 번 시작한 복지지출은 줄이기 어렵다. 한가하게 나라 곳간에 여유 있다고 할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저임금에 있는 게 아니라 저생산성에 있다. 수출이 어려운 이유도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를 넘는 노조의 무법과 불법과 폭력을 방치하는 나라에서 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한다는 건 장애물 경주나 다름없다. 연봉 1억 사업장에서 "안정적 고임금을 보장하라"면서 파업을 한다. 일자리 찾는 청년들의 심장은 찢어진다.

우리와 경쟁하는 나라들은 어떤 정책으로 뛰고 있는지를 보라. 그런 걸 외면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경쟁에 이길 수 없다. 꿩은 위험한 존재를 만났을 때 도망가서 숨는데, 몸 전체를 숨기는 게 아니라 제 머리만 숨긴다. 자기 눈에 적이 안 보이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경쟁자도 살펴야 하는데, 보이는 경쟁자도 보지 못한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경제를 살리려면 이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노동·분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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