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직장인 6000여명, 성공조건 충분한데… 상가마다 임대 현수막 빼곡
약국·금은방·음식점 무차별 뒤섞인 거리… "상권 형성 제대로 안됐다 봐야"
외지인 유입할 관광명소 없는 점도 한몫… 10분 거리 '하당신도시'와 대조
약국·금은방·음식점 무차별 뒤섞인 거리… "상권 형성 제대로 안됐다 봐야"
외지인 유입할 관광명소 없는 점도 한몫… 10분 거리 '하당신도시'와 대조
![도청앞 상권인데 `텅텅`… 곳곳에 임대·렌트프리 `위기 시그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3002100358820001[1].jpg "도청앞 상권인데 `텅텅`… 곳곳에 임대·렌트프리 `위기 시그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도청앞 상권인데 `텅텅`… 곳곳에 임대·렌트프리 `위기 시그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3002100358820001[2].jpg "도청앞 상권인데 `텅텅`… 곳곳에 임대·렌트프리 `위기 시그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7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 명품거리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남악신도시 명품거리' 상권 정밀진단
깨끗한 새 상가였지만, 상가 내 가게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해 텅 비어있었다. '렌트프리'(Rent Free·초기 임대료 면제) 푯말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래도 상가가 비어있었다. 상가가 비었으니, 자연히 길에도 사람이 없었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노래 한 구절이 들리는 듯 했다. 디지털타임스의 연중 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현장 탐방을 위해 지난 7일 방문한 전라남도 무안군 삼향읍 '남악신도시 명품거리'의 모습이다.
아침 일찍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전남 목포역에 내린 뒤 차로 20분가량을 달려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오전 11시 30분.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었지만 열린 문틈과 투명한 창문으로 보이는 식당들의 모습은 한가롭기 그지없었다.
남악 상권 또는 도청 앞 상권이라고 불리는 명품거리는 2005년 전남도청이 광주광역시에서 전남 무안군으로 이전하며 남악신도시가 조성된 데 따라 생겨났다. 정확한 주소는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지만 목포라는 인식도 강한 곳이다. 남악신도시가 전남 무안군 삼향읍 및 목포시 옥암동 일대에 걸쳐 조성됐기 때문이다.
전남도청 맞은편에 위치한 명품거리에는 4~5층의 건물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에는 식당, 병·의원, 은행, 핸드폰 대리점, 술집, 카페, 편의점, PC방 등 다양한 업종들이 들어서 있었다.
"상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먹거리면 먹거리, 즐길 거리면 즐길 거리끼리 뭉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곳은 약국, 금은방, 음식점 등이 무차별적으로 뒤섞여 있습니다. 사실상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취재팀과 함께 명품거리를 방문한 '디따 해결사' 박경환 자문위원(한누리창업연구소장)의 진단이다. 명품거리만의 특색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각양각색의 상점들이 마구잡이로 모여 있는 명품거리를 샅샅이 훑어봤다. 곳곳에 붙어있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렌트프리'였다. 박 자문위원은 렌트프리 현수막을 보자마자 "역시"라며 탄식의 목소리를 흘렸다.
"렌트프리는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에서 대개 많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전남도청이 이곳으로 이전하며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상권이 형성되긴 했지만 장사가 안되니 렌트프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가는 계속 생겨나는데 임대,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 거죠."
렌트프리는 일정 기간 상가, 사무실 등의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임차인의 초기 부담률을 낮춰준다. 임대인의 경우 몇 개월간 임대료를 손해 보더라도 공실로 공간을 놀려 건물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보단 효율적인 탓에 신도시 등 신규상가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남악신도시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품거리에 들어선 상가들은 1층을 제외하고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마저도 1층에 입주해 있으면 다행이다 싶었다. 입주를 해놓고 '휴점' 팻말을 달아놓은 가게도 찾아볼 수 있었다.
명품거리가 이러한 분위기를 풍기게 된 데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명소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남악신도시에서 불과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목포 하당신도시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하당 상권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생기가 넘치는 신도시의 느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롯데마트 목포점을 중심으로 영화관, 음식점, 숙박업소가 이어져 있으며 일대 상권 주변으로는 탁 트인 바다 전망이 펼쳐졌다. 목포의 대표적 명물로 자리 잡은 평화광장 앞 '춤추는 바다분수'도 이곳에 위치해 있는 탓에 현지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듯했다.
식당 앞에는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지어져 있었다. 어린아이와 부모 등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의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다. 박 자문위원은 "하당은 대형마트가 있어 주부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며 "근처에 바닷가까지 있어 젊은이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악 상권이 전혀 뜨질 못하니 하당 상권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당 상권을 둘러본 뒤 다시 명품거리가 위치한 남악 상권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2시 30분. 남악신도시에는 전남도청, 전남교육청, 전남지방경찰청 등 다수의 행정기관이 위치해 있다. 박 자문위원이 내민 분석 자료를 살펴 보니 해당 상권 주변에는 6450명가량의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쯤 되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보일 법도 한데 여전히 지나다니는 이가 없었다.
하당에서 살아있는 상권의 면모를 목격했던 터였기 때문일까. '남악신도시 명품거리-만남의광장'이라는 문구를 새긴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간판석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주변에 위치한 생선구이·김치찌개점을 찾아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에는 2명의 손님만이 앉아 있었다. 하당에서 장사를 하다가 1년 전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장진홍(39) 사장은 "해답은 없고 답답한 마음"이라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없다. 주말에는 공무원들이 빠져나가면서 평일보다 사람이 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있는 공무원들도 구내식당이 잘 돼 있어 그쪽으로 간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부인과 둘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초반에는 주방과 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했지만 임금까지 지불하면 남는 게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홀만 운영했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배달까지 시작하게 됐다. 그나마 배달로 매출을 메꾸고 있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장 사장은 상권이 낙후된 이유로 볼거리가 없다는 점과 주차 문제를 꼽았다. 그는 "근처에 바다나 평화광장이 있는 하당과 달리 이곳은 볼 것도 없고 즐길만한 것도 없다. 주차 문제도 열악하다. '주차는 어디다 해야 하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근처에 위치한 '카페 플로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승세원 사장(53)은 "3년 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폐업하는 곳이 많다"며 "한 마디로 죽어있는 상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승 사장 역시 오전·오후 각각 2명씩 고용하던 아르바이트생을 1명씩으로 줄였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 사람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히 인상됐다"며 "죽어라 땀을 흘려가며 일을 해도 인건비를 지급하고 월세와 자재비, 부가세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전했다.
승 사장은 살아남기 위한 강구책으로 점포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택했다. 낮에는 커피와 차 등을 판매하는 카페로, 저녁엔 맥주와 와인 등을 판매하는 술집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카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커피만 팔아서는 월세를 낼 수 없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하고 밤에는 와인, 세계맥주 등을 팔면서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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