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장석권 칼럼] 美中 패권경쟁 속 한국의 생존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905/2019052802102269660001[1].jpg "[장석권 칼럼] 美中 패권경쟁 속 한국의 생존법")
사실2(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주의 재등장, 부품 국산화, 생산기지 리쇼어링(reshoring)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 일명 GVC(Global Value Chain)는 커다란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생산기지 리쇼어링의 중심에 미국이 있으며, 그 경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리쇼어링은 연평균 성장율 2.67% 전후의 세계경제 저성장국면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사실3(미국에 의한 화웨이 공급사슬의 차단).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에 대해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주요 소프트웨어와 부품의 공급을 중단했다. 이보다 앞서 구글도 하드웨어와 일부 소프트웨어 서비스 공급을 중단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구글 플레이스토어, G메일, 유튜브에 대한 접근을 상실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화웨이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92개 공급업체중 미국업체의 수는 32개였다.
사실4 (한국수출의 높은 ICT 의존도). 2018년 한국의 수출총액은 6055억불. 이중 ICT 수출액은 2204억불로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이중 메모리반도체 941억불, 비메모리 265억불로서 반도체의 비중이 전체의 21%, 디스플레이는 247억불로서 4%, 그리고 휴대폰이 146억불로서 2.4%를 차지했다. 이러한 ICT 수출액의 비중은 일반기계, 가전, 자동차, 조선, 철강, 섬유제품을 모두 합친 2269억불에 버금가는 규모다.
작금의 이러한 세계경제 구조변화는 관세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중국과 미국간의 패권경쟁이라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GVC의 대대적 체제개편으로 귀결될 것이다. 혁명적 변화에 가까운 이러한 구조변화는 우리에게 위협일까 기회일까. 위협이라면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라면 그 혜택을 극대화해야 하지 않을까.
첫째, 중국의 대미수출은 관세인상, 부품공급선 차단 등을 통해 그 규모가 축소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의 대(對)중국 부품수출을 견인했던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에 대비해 부품수출의 공급루트를 EU나 동남아시아로 다변화하고 미국으로의 완제품수출을 늘려나가야 한다.
둘째, 지난 30여년간 글로벌화에 힘입어 중국 중심의 단일 GVC는 리쇼어링과 공급사슬 차단으로 붕괴되고, 미국, EU,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체제의 GVC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국내 ICT산업이 어떻게 새로 포지셔닝을 해야 하는지 국가차원의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현재 미중 갈등은 우리 ICT 산업에게는 위협이기 보다는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업체를 대체할 기회가 한국기업에 열릴 수도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는 한국기업의 입지가 크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
셋째, 구조전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세계경기침체가 마지막 위협요인이다. 그러나 글로벌 자유무역의 패러다임 속에서 세계경제와 동조화한 한국경제는 세계경기의 부침에 유연하다. 따라서 침체국면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수출 부가가치율을 최대한 높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ICT 전 분야에 걸쳐 국산화율의 증대와 핵심원천 기술의 개발과 차별화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은 글로벌화가 탈글로벌화로 전환되는 시기, 지금 우리에게는 미세조정에 의한 대증요법보다 과감한 전략적 포석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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