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칼럼] `아날로그 현안`에 발목잡혀 있는 외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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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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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칼럼] `아날로그 현안`에 발목잡혀 있는 외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최근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보수적인 외교 분야에도 불고 있다. 대표적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애용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기성 외교 관행을 무시하는 트럼프 스타일의 '트위터 외교'가 선보이더니, 최근에는 미 정부 내 인사들마저도 이를 따라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미디어 외교의 주요 통로가 되었다. 국가 브랜드 구축의 관점에서 매력국가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전파하기 위한 공공외교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으로 주목을 끈 디지털 한류가 문화외교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사용한 방대한 외교 데이터의 분석도 관심거리다. 최근 중국 외교부가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을 활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외교관들의 사교모임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에서부터 첩보위성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외교현실을 해석하는 외교정책의 지식을 생산한다. 특히 복잡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외교정책 결정자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기법은 순식간에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의사결정의 보조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통한 분산자율조직의 구현이 외교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 전자투표의 도입이나 디지털 정당의 운영, 전자정부의 행정서비스 등에 적용되던 블록체인 기술이 여권업무나 국제 개발원조 등과 같은 외교업무에도 원용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는 '블록체인 기반 공증 발급체계' 구축 사업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부터 대사관과 영사관 등 재외공관이 해외에서 발급받거나 작성된 문서를 공증하는 절차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신속한 공증문서 검증과 유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의 전개 과정에서 국가 간 쟁점을 야기하고 있는 기술, 정보, 데이터 분야의 외교협상에 대응하는 문제도 디지털 외교의 중요한 쟁점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이버 안보 분야는 한국 외교의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양자 및 다자간 사이버 안보 정책협의체의 개최나 사이버 안보의 국제규범 형성과정에의 참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 안보 분야의 논의는, 최근 화웨이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데이터 안보 문제와 연계된 통상외교의 난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분야는 데이터 경제외교의 영역이다. 데이터의 초국적 이동과 이에 대응하는 데이터 주권 문제는 다음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전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외교 분야의 준비는 여타 분야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아날로그 시대의 전통안보 현안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이 아쉽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외교수행 모델을 마련하려는 발상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다소 파편적이고 분산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외교업무를 다루고 있는 담당부서들의 업무조정도 큰 과제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양적으로 급팽창하는 국제협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부처들과 외교부의 범정부적 공조도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더 나아가서 고도로 지식 집약적인 디지털 외교 분야의 특성상 민간 전문가들을 엮어내는 정책지식 네트워크의 구축도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외교는 이른바 '디지털 변환'(DT, Digital Transformation)에 부응하는 새로운 외교 거버넌스의 모색을 수반해야 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 외교의 본격적인 추진은, 조직과 인력 및 예산 확장의 해묵은 논리를 넘어서, 외교부 내 뿐만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업무들을 조정하는 이른바 '거버넌스의 거버넌스' 즉 '메타 거버넌스'의 발상과 메커니즘의 도입을 요구한다. 최근 디지털 외교의 추진전략을 유례없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외교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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