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R 설계결함… 외부 온도와 무관
되레 "사태 수습 잘했다" 자화자찬
되레 "사태 수습 잘했다" 자화자찬
국토교통부가 작년 주행 중 화재 사고로 대규모 결함시정(리콜) 조치를 진행 중인 BMW와 차주를 독려하기 위해 상관관계도 없는 '혹서기'를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화재가 폭염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차주들의 불안감만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은 작년 BMW 사태를 잘 마무리했다며 '자화자찬'해 비난을 자초했다.
21일 국토부 홈페이지를 보면 국토부는 최근 'BMW 520d 등의 혹서기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 조속한 리콜 독려 및 당부'라는 자료를 냈다. 혹서기 전까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과 흡기다기관을 교체할 수 있도록 수입·판매사인 BMW와 대상 차주들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국토부가 배포한 자료의 제목만 놓고 보면 화재의 원인이 혹서기, 즉 폭염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도로 온도나 외부 온도가 높은 중동과 같은 국가도 있다"며 "사실상 BMW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 수입·판매사들 역시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화재는 여름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충분히 날 수 있는 사건"이라며 "BMW만 콕 집어 혹서기 화재 재발 방지라는 표현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미 국토부도 역시 앞서 작년 8월부터 한국교통안전공단 주도로 자동차·법률·소방·환경 전문가, 국회, 소비자단체,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32명이 참가한 조사단을 꾸려 화재원인을 조사한 결과 'EGR 설계결함'으로 발표한 바 있다. 외부 온도와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국토부와 조사단 역시 화재와 폭염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시인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작년 조사 항목 중 화재원인이 폭염에 따른 것인지도 조사하기는 했지만, 상관 관계 여부는 국토부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폭염과 화재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이번 자료는 조속히 리콜을 받게 하기 위한 독려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안팎에서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김현미 장관은 지난 17일 국토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BMW 차량 화재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지향과 호흡을 함께 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BMW 차량 화재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1·2차 리콜이 끝나지 않았다. 1차 리콜의 경우 지난 14일 기준 90%를 넘어섰지만, 뒤이어 실시한 2차 리콜의 경우 이제 막 50%를 겨우 넘긴 상태다. 1차 리콜 때와 달리, 실제 차주들이 느끼는 체감상 위험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으로 리콜에 응하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호근 교수는 "국토부가 발표한 BMW 화재사고 원인 외 해결책을 제시한 게 있냐"며 "만약 앞으로 또 한 번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는 국토부 측 역시 책임 소지를 물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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