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최태원표 'DBL 경영'
사회적가치 측정결과 순차공개
금액 계량화 측정시스템 만들어
올해부터 경영평가에 절반 반영
학계 "기업경영방식 새 전기"
사회적가치 측정결과 순차공개
금액 계량화 측정시스템 만들어
올해부터 경영평가에 절반 반영
학계 "기업경영방식 새 전기"
SK그룹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3개사가 지난해 12조3327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SK그룹은 구체적인 금액으로 계량화 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부터 기업과 임직원들의 핵심평가지표(KPI)의 절반을 이 숫자로 반영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거의 말을 인용한 뒤, "첫 출발이니 잘했다고 내보이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발을 촉구했다.
SK그룹은 21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7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각 사별로 공개하듯, 사회적 가치 역시 각 사 별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한다.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 공개…KPI 50% 반영= SK그룹은 앞으로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에도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측정 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업 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을 고용과 세금 납부 등으로 경제에 이바지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친환경 제품 개발 등으로 발생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 사회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하는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을 금액으로 환산해 계량화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제품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나 유해물질은 마이너스 SV로 반영하고, 반대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거나 폐기물 재활용 사업을 하면 플러스 SV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 등 3개 계열사 12조원 이상 사회적 가치 창출= 이 같은 방식으로 3개 주력 계열사를 측정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241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 등 총 1조1851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각각 1조6189억원과 181억원, 339억원 등 총 1조6709억원, SK하이닉스는 각각 9조8874억원, -4563억원, 760억원 등 총 9조5071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세 회사가 합계 12조3327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앞으로 중점 추진 과제로는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을, SK텔레콤이 사회적 가치 창출 기부 플랫폼 등을, SK하이닉스가 국내·외 협력사들과 함께 친환경 혁신을 하는 '에코얼라이언스' 구축을 각각 제시했다.
SK는 전문가들과 함께 외국 기업의 사례 등을 참고해 사회적 가치 회계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후 다국적 기업들과도 글로벌 표준 구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주요 공기업들을 비롯해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과도 회계 측정에 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최태원 "가치 측정은 목표를 정해 개선하는 것…일단 시작이 중요"= 최 회장은 이와 관련,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측정결과 공표를 독려했다고 SK 측은 소개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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