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발명의지 꺾는 `혁신성장 정부`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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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발명의지 꺾는 `혁신성장 정부`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500만원으로 올리면 뭐합니까. 그 수준으로 가뜩이나 사기가 꺾인 연구자와 발명자의 발명 의욕을 높일 수 있단 말입니까. 현실을 몰라도 너무도 몰라요. 과연 이 정부가 혁신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게 맞긴 합니까." 정부의 '직무발명보상금 제도'에 대한 과세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비과세 적용 대상인 직무발명보상금을 과세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비과세 한도를 기존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면서부터 R&D(연구개발), IP(지식재산) 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한 정부의 과세 제도가 우리나라 R&D 생태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애초부터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다. 마치 우는 어린 아이에게 사탕 하나 더 주며 달래듯이,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 상향 조정하는 미봉책으로 일선 연구자들의 과세 저항을 일단 누그러뜨리려 했을 뿐이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정부 관계자와 통화한 적이 있었다. "왜 인상액이 200만원으로 결정됐습니까?"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황당 그 자체였다. "당초에는 300만원 가량 인상하려고 했는데, 정부 협의과정에서 이보다 100만원 적은 200만원 인상키로 해 결국 5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가 정해진 걸로 안다"고 답했다.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했을 뿐, 어떤 기준과 근거로 결정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또 물었다. "그럼, 그렇게(200만원 인상으로) 결정하게 된 통계 등의 근거가 있지 않았나요?"라고 재차 묻자 "특별하게 인용한 통계자료는 없는 걸로 안다. 그냥, 그렇게 결정된 걸로 안다"며 말을 흐렸다.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 시스템이 아직까지 우리나라 관료 사회에서 통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지난 19일은 '제 54회 발명의 날'이었다. 국민에게 발명의 중요성을 알리고, 발명의욕을 복돋우기 위해 제정됐다. 발명은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반 세기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올라설 수 있게 한 원천임에 틀림없다. 일찌감치 발명의 중요성을 인식한 우리나라는 고용계약이나 근무규정에 종업원의 업무상 발명을 기업이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대가로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 주는 '직무발명보상제도'을 발명진흥법에 근거해 운영하고 있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1979년 처음 도입됐다. 올해로 정확히 40년을 맞는다. 이 제도는 기업 입장에선 직무발명을 통해 지식재산권(IPR)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종업원에는 물질적 보상을 통해 연구개발 의욕을 높여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국가 입장에선 직무발명보상제도가 공공·민간의 적극적인 발명을 통해 창출된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기업 성장과 국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이를 도입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제도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직무발명보상금의 법적 성격과 비과세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과세당국과 발명자 간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국가·민간 R&D 역량 강화와 기술사업화 확대 등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액수는 날로 커져 갔다. 발명보상금의 일종인 기술료 수입이 수백억원대를 넘어 1000억원을 웃돈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는 세금 추징을 위해 전액 비과세 적용을 해 오던 직무발명보상금을 과세 대상으로 슬그머니 전환했다. 일부 공공연구기관은 정부의 갑작스런 과세 전환이 부당하다며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대법원은 발명보상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를 연간 300만원으로 정했다. 직무발명보상금이 직무 과정에서 발생한 '근로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대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비과세 적용을 받았던 직무발명보상금이 근로소득 적용으로 과세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R&D 종사자들은 직무발명보상금이 근로소득처럼 반복된 근로에 의해 발생하는 소득이 아니라, 발명이라는 일시적·제한적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과세적용에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부터 직무발명보상금 비과세 한도를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소폭 올렸지만, R&D 종사자들은 "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에 불과하고, 기술이전 및 거래 현실을 감안할 때 적정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수용할 수 없음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 업계에선 지속적인 기술혁신 확대와 중소기업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비과세 한도를 높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높이고 기술 개발자의 인센티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민간 지식재산 단체가 나서 해외특허 출원·등록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기술거래 과세특례 확대 등 지식재산 분야 세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공공영역의 직무발명보상금의 경우 국가 예산 지원을 받아 얻어진 이익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은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민간에선 직무발명보상금을 회사 대표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성장의 싹은 발명에서 나온다. 발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지식재산이라는 무형의 자산으로 싹을 틔우고 자라야 비로소 혁신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척박한 생태계에 혁신의 씨앗인 '지식재산'이 잘 자라게 영양분을 주고,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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