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사 지평 넓히려면 `오랑캐` 단어 불태워라"

언론사 편집국장 출신 강호원 작가
소설 '물망' 통해 이징옥 장군 재평가
"오랑캐라는 말은 우리를 비하하는 말
왜곡된 역사인식 시급히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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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 지평 넓히려면 `오랑캐` 단어 불태워라"


언론사 편집국장 등을 역임한 저널리스트 작가 강호원(사진)이 장편 역사소설 '물망'을 내놓았다. 소설을 통해 그는 잊혀진 영웅 이징옥 장군을 되살려냈다. 동시에 그는 '오랑캐'라는 단어에 오염된 우리 역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랑캐'로 비하된 여진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 북방 역사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오랑캐'란 단어는 불태워야 한다면서 소설 '물망'이 우리 역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강 작가는 소설 '물망'을 이징옥에 대한 헌사(獻詞)요 역사에 대한 헌사라고 표현했다.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궁금했다. "이징옥은 세종·문종·단종 3대에 걸쳐 함경도의 육진을 개척하고 지킨 주인공이다. 문신으로서 김종서가 있다면 무신으로서는 이징옥이 있다. 육진 개척과 방어의 공으로 따진다면 이징옥이 김종서보다 오히려 클 것이다. 그런 그가 수양대군(세조)의 계유정난에 반기를 들었다. 수양대군에 항거한 인물은 비단 이징옥 뿐이 아니다. 사육신과 생육신도 반기를 들었지만 이징옥은 영원한 역신(逆臣), 영원한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훗날 사육신과 생육신은 명예를 회복해 충신의 상징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선의 역사는 수양대군의 시각에서 쓰였다.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강 작가는 안타까워해야 할 것은 그것 뿐이 아니라고 말했다. 바로 계유정난과 이징옥의 거병 이후 벌어지는 북방 역사에 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시기를 계기로 우리의 북방 역사는 '잃어버린 역사 시기'로 진입했다고 토로했다. "여진족을 경멸하고 적대시하는 '오랑캐'라는 말이 탄생하면서 우리는 '잃어버린 역사 시대'를 맞게됐다. 이징옥의 거병을 지원한 여진 세력은 건주여진의 일파인 '올량합'(兀良哈) 부족이다. 올량합은 '오량개'(吾良介)로도 쓴다. 중국식 발음으로 읽으면 우량허, 우량커로 바로 오랑캐다. 이들은 이성계의 무력기반이기도 하며, 조선 개국을 도운 세력이기도 했다. 올량합 부족의 중심인물은 소설 '물망'에 등장하는 낭발아한이다. 낭발아한 연구는 별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징옥의 거병이 일어난 지 6년 후 세조는 낭발아한과 그의 일족 16명을 회령으로 유인해 처형했다. 그들이 이징옥을 지원한 중심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낭발아한의 아들 아비거는 살아남아 조선에 항거한다. 이에 조선은 9000여명의 군병을 동원해 두만강 안팎의 여진족을 토벌했다. 이때부터 조선이 여진을 포용하는 역사는 막을 내렸다. 이후 성종에 이르기까지 조선과 여진 사이에는 크고 작은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오랑캐라는 말은 바로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등장한 말이다."

그러면서 강 작가는 여진족이 조선에 대해 '같은 종족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조목조목 주장했다. "이를 말하자면 밤새 이야기해도 모자란다. 한 가지만 예로 들겠다. 건륭제 때 청나라 한림원의 고증학자들이 사서를 샅샅이 뒤져 여진족의 뿌리를 밝힌 '만주원류고'(滿洲源流考)를 한번 읽어보라. 이 책에 나온 청 황실의 역사 계보는 우리의 역사 계보와 마치 복사한 듯 같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진족을 우리와 같은 종족으로 보지않는다. 발해와 통일신라, 발해와 고려, 금과 고려, 여진과 조선, 청과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에는 상호 적대시하는 속성이 있다. 상대를 자신의 역사로 삼으면 자신의 정통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현재 남과 북이 서로 역사의 정통성을 다투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우리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동안 왜곡된 역사 인식에 뿌리를 둔 잘못된 우리의 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를 제자리로 돌리고 우리의 미래를 열 수 있다."

강 작가는 세조 때 만들어진, 북방 여진족을 적대시하는 '오랑캐'는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불태우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오랑캐 사관'을 바로 잡아 우리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소설이 '오랑캐'라는 단어에 오염된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를 동이(東夷)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夷)는 '오랑캐 이'다. 사대주의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결과다, 나아가 '오랑캐'는 여진족을 비하하고 적대시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오랑캐'는 동이의 일부를 이루는 여진족을 우리와는 별개의 적대적 종족으로 규정하는 말로 바뀌었다. 이것이야말로 '오랑캐 사관'이며 역사의 재앙이다. 이제 여진족을 적대시하는 '오랑캐'라는 단어를 불태워야 한다. 소설 '물망'이 그 문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역사소설 뿐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오랑캐 사관'을 바로 잡는 글도 쓰고 싶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
사진 = 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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