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웨이 퇴출' 선언하자
중국선 反애플 감정 최고조
5G확대 속 삼성·LG 선점 기회
폴더블폰 시장 주도권 가능성도
중국선 反애플 감정 최고조
5G확대 속 삼성·LG 선점 기회
폴더블폰 시장 주도권 가능성도
구글, 中화웨이 거래중단
세계 통신장비 업계 1위, 스마트폰 시장 2위인 화웨이의 미국시장 퇴출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반사이익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내 애플의 점유율도 급락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는 시장확장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화웨이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술지원 중단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전체에서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화웨이는 늦어도 내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올 1분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5910만대로, 애플과의 격차를 1600만대로 늘리는 한편 삼성과의 격차는 1200만대로 좁혔다.
그러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술지원 중단으로 '글로벌 넘버 원' 달성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1년에 2억대 이상 팔리는 화웨이 폰이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보안 업데이트 등을 받지 못하면 안정성과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가 갖는 가장 큰 강점인 플레이스토어와도 결별해야 할 상황이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수출전선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화웨이는 그동안 시장 진출이 막힌 미국 대신 유럽에 공을 들여왔다. 이달 초 스위스에서 첫 5G 스마트폰인 '메이트20X 5G'를 출시한 데 이어 영국에서도 7월초 5G 폰을 내놓고 유럽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계획이었다. 또 7월에는 5G 폴더블폰인 '메이트X'를 내놓고 삼성전자와 폴더블폰 주도권 경쟁을 벌인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핵심인 안드로이드 OS와 핵심 애플리케이션(앱)과 단절되면서, 5G 스마트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5G 폰이나 폴더블폰에서 구현하려는 혁신 기능을 100% 발휘하려면 OS와의 UX(사용자경험) 연동이 필수적이다.
미래시장인 5G폰 및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화웨이는 세계시장에 메이트X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와 LG전자의 'V50 ThinQ(씽큐)'와 함께 3파전을 벌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화웨이가 이탈하면서, 당분간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LG 간 양강대결 구도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을 기점으로 단말기 시장의 본고장인 미국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지난 16일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LG전자도 이달 31일부터 'V50 씽큐'로 맞대응에 나선다. V50 씽큐는 오는 31일 미국 정식 출시에 앞서 17일 미국 4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통해 선주문을 시작했다. 또 다른 경쟁자인 애플은 내년에야 5G 폰 경쟁에 가세할 전망이어서, 미국 5G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경쟁하는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5G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를 상반기에, '갤럭시노트10' 5G 버전도 올 하반기에 내놓으면서 초기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중국 사업 악재도 삼성과 LG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폰 고가 정책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데다 미국 정부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이폰에 미국 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재 999달러인 아이폰XS는 약 160달러 더 비싸질 것"이라면서 "이는 2020년 애플 실적이 23% 감소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약진 속에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21%나 줄어든 데 이어 최근 심화되는 반애플 감정으로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애플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 내 제조공장을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중을 제외한 유럽·일본·인도·동남아 등 나머지 시장은 미국과 중국계 기업 간의 격전이 예상된다. 화웨이는 특히 영국에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통신장비와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에 이은 인구 대국인 인도 시장에도 삼성·화웨이·애플이 경쟁적으로 제조공장을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이지만 중국 스마트폰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고, 화웨이가 미국의 대안으로 부품공급처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서 미·중 무역갈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모든 기업이 경쟁자이면서 협력상대인 첨단 산업에서 적과 아군의 선을 긋는 것은 결국 전체 산업의 혁신과 5G 확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충분한 기술력과 공급능력을 갖춘 중국이 화웨이 퇴출을 계기로 독자 ICT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ICT 산업이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의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한다.
안경애·김은지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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