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6거래일새 코스피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도 2년 4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여 총 1조497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 행진은 지난 2월 8~15일의 6거래일이 최장이었는데, 이번에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하루 466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해 10월 23일의 5654억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대다.
외국인은 4월에는 총 2조3921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한동안 '바이 코리아'에 나선 모습이었지만, 지난 9일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외국인 자금의 최근 한국 증시 이탈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 △원·달러 환율 상승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의 한국 비중 축소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은 당초 이달 타결이 기대됐으나, 미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약 23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종전 10%에서 25%로 올리면서 난항에 빠졌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 부과를 선언,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이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과 맞물려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4월 이후 고공행진을 벌여온 원·달러 환율도 이날 달러당 1190원을 돌파해 1191.5원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MSCI가 5월부터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이른바 A주(중국A주)의 비중을 높이고 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 증시를 편입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축소된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이 지난 3월 말 13.0%에서 올해 말 12.3%로 하락하면서 이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증시에서 최대 1조7000억원 이탈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시장 눈길은 내달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쏠렸다. 이를 기점으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 실마리를 찾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주석과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고, 그것은 아마 매우 결실 있는(fruitful)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중 무역협상의 추이가 당분간은 우리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의 큰 방향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지 않으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원화가 안정을 찾으려면 일단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