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엉망이 돼버린 유류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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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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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엉망이 돼버린 유류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정부가 5월 7일 유류세를 인상하면서 '8% 단계적 환원'이라고 생색을 냈다. 작년 11월에 6개월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15% '할인' 혜택을 한꺼번에 종료시키는 것이 마땅하지만, 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해서 나머지 7%는 9월에 환원시키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정부가 국민들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챙겨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정부는 이미 법률에 정해진 '유류세'보다 더 많은 세금을 챙겨가고 있다. 유류세 인상의 부작용도 힘없는 주유소 업자들에게 떠넘겨버렸다.

세금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정해진다. 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르면 정부는 리터당 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부과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5월 7일부터 휘발유는 2.3% 할증된 486원, 경유는 1.5% 할증된 345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부과하고 있다. 교육세(15%), 주행세(26%), 부가가치세까지 합치면 정부는 리터당 휘발유는 17원, 경유는 8원의 유류세를 더 징수하고 있는 셈이다.

9월에 유류세를 추가로 인상하면, 그 차액은 리터당 휘발유 84원, 경유 54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부가 국제 유가가 낮았던 2009년 5월부터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휘발유 11.3%, 경유 10.3%나 할증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기름값 안정을 위해 국회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30%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위임해준 권리를 그동안 정부가 멋대로 활용해서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던 셈이다.

유류세의 탄력적 운영의 실패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의 10% 할인은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에 묻혀서 실패해버렸다. 1조 3천억 원의 세수 결손만 떠안게 된 정부는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정유사와 소비자들에게 화풀이를 해버렸다. 전국의 주유소들이 줄줄이 도산을 했고, 농민을 위해 설립된 농협이 엉뚱하게 주유소 사업에 매달리게 됐다. 2009년의 교통에너지환경세 할증도 정유사에 대한 정부의 화풀이였다. 물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미세먼지를 핑계로 경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획특별위원회의 주장도 어설픈 것이었다. 1996년 리터당 48원이었던 경유세를 2007년에는 454원으로 무려 9.5배나 올렸다. 그렇다고 경유차가 줄어들지도 않았고, 미세먼지는 오히려 더욱 악화했다. 오히려 농어민의 면세유와 화물차의 유가 보조금 때문에 정부의 부담만 크게 늘어났다.

유류세를 크게 올리기 시작했던 1999년부터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시중에 유류세를 납부하지 않은 '가짜 기름'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친환경 연료라는 엉터리 광고를 앞세운 '세녹스'도 등장했다. 지금도 유류세를 납부하지 않은 '가짜 경유'가 적지 않게 유통되고 있다. 정유사가 품질을 관리하지 못하는 무폴 주유소의 기름은 경계해야 한다.

유류세를 내지 않은 가짜 기름의 유통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유류세를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기만 하면 된다. 정부의 세수 감소를 크게 걱정할 이유도 없다.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는 면세유와 보조금·환급금 제도의 비용도 함께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류세가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적 가격을 왜곡하고 있는 현실도 심각하다. 싱가포르를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경유는 휘발유보다 12%나 더 비싸고, 국내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도 경유가 더 비싸다. 그런데 주유소에서는 정반대로 경유가 더 싸다. 정부가 유류세를 통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류세의 부과 시점과 주체도 바꿔야 한다. 현행 법률에서는 휘발유·경유를 출고하는 정유사에게 유류세를 부과한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상하면 소비자들은 주유소 업자들이 부당 이익을 챙긴다고 오해한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소비자들을 주유소 업자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기름값을 내리라고 요구한다. 정부가 주유소에서 직접 유류세를 징수하면 그런 부작용은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주유소와 정유사가 악역을 떠맡아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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