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8년 만에 주춤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정부의 '보조금'이라는 당근과 자동차 업체의 기술력 향상이 맞물려 고속성장을 이어왔지만, 이제 약효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기차 접수 대수를 보면 살 사람은 다 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환경부 구매보조금 지급현황(전기차)에 따르면 올해 전국 161개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공모하는 전기차는 모두 3만2668대로 집계됐다. 이 중 실제 접수는 1만2750대(39.03%)가 이뤄졌다. 소비자에게 실제 출고한 대수는 9355대다.
접수실적 자체는 아직 상반기가 끝나지 않은 데다, 하반기도 남아 있어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해왔던 추세와 비교하면 실적은 기대 이하로 평가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38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14년 1000대를 돌파한 이후 2017년 1만대를 넘겼다. 작년 역시 3만2000대를 보급하며 고속성장을 이뤄왔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완성차 업체의 기술 발달이 잘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과거 배터리 성능과 관계없이 1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오다, 올해부터는 900만원까지 줄였다. 그 사이 1회 충전으로 100㎞ 안팎을 달리던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최대 400㎞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올해 민간공모 전기차 대상 대수와 작년 실적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동안 추가경정예산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전기차 수요를 감당해왔지만, 접수 실적만 놓고 보면 추경으로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전기차 보급으로 직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은 환경부가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에 각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이 더해져서 지급하는 식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를 지닌다. 국고보조금이 남더라도 지자체 보조금은 조기에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수치상 성장세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부정적인 의미로만 볼 게 아니라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직 충전시설과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