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참여제한 강화에 발목
공공주력 중견SI, 줄줄이 적자
고성장 '스타기업' 다 사라져
"정부 SW산업 투자의지 의심"
공공주력 중견SI, 줄줄이 적자
고성장 '스타기업' 다 사라져
"정부 SW산업 투자의지 의심"
규제벽에 갇힌 SW사업
국내 SW산업 생태계의 가장 위쪽에 있는 SI 대기업들이 클라우드 태풍에다 공공사업 참여 제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이슈,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며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신기술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공공시장 진출 길이 막히면서 SW 해외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 위기가 다른 업계에 이익을 가져오기 보다 전체 산업을 빙하기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대기업 대신 공공시장을 주도하는 중견기업들도 실적악화에 과당경쟁, 공공시장 부정당제재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을 발주하는 정부·공공기관이 적절한 예산과 사업환경을 제공하지 않아 사업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규모를 키우면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규제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력이나 매출을 키우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심화되고 있다.
◇중견SI 기업 줄줄이 적자= 특히 대기업참여제한 제도를 강화한 이후 공공SW 사업에 주력하는 중견기업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IT서비스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6.4%였으나, 중견기업인 대보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농심NDS·LIG시스템은 0.2~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아이티센·쌍용정보통신·KCC정보통신은 적자상태에 직면했다.
시장조사업체 KRG가 2012년 이후 삼성SDS·LG CNS·SK㈜ C&C·포스코ICT 등 SI 빅4 기업과 11개 중견기업 실적을 비교한 결과도 비슷하다. 빅4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과 이익이 연평균 6.3% 늘어난 데 비해 중견 11개 사는 매출과 이익이 각각 연평균 0.5%, 6.5% 줄었다.
15개 기업의 총매출은 2012년 12조2979억원(평균 8865억원)에서 2017년 17조1408억원(평균 1조1427억원), 총이익은 같은 기간 9545억원에서 1조2506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그중 4개사의 매출·이익 비중은 2012년 각각 82.5%와 94%에서 2017년 86.8%와 96.7%에 달했다. 업계 전체가 100원의 이익을 거뒀다면 그중 96.7원은 대형 4개 사의 몫이었다는 것이다. 빅4를 제외한 11개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2016년 1.4%, 2017년 1.8%에 그쳤다. 반면 4대 기업의 이익률은 2016년 7.6%, 2017년 8.2%이었다.
산업이 정체되면서 15개 기업의 종업원수는 2012년 3만7466명에서 2017년 3만7719명으로 정체됐다. 11개 사에는 아이티센·현대정보기술·효성ITX·신세계아이앤씨·대신정보통신 등이 포함됐다.
공공SW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참여 기피에 따른 유찰률은 더 높아졌다. 20억원 이상 공공SW사업의 유찰률은 2015년 30%에서 2016년 46.4%로 높아졌다. 정부 규제로 인해 중견기업의 사업기회가 많아졌지만 그에 따른 대가지급과 생태계 조성은 하지 않다 보니 승자가 없는 게임이 계속된 것이다.
◇고성장 SW기업 사라져=시장이 황폐해지다 보니 SI·SW 시장에서 고성장 기업이 사라지고 있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IT서비스 분야 고성장기업은 최고점 당시 60곳 이상에서 최근 12곳, 패키지SW 분야는 최고 171개에서 최근 49개로 줄었다. 고성장기업은 최근 3년 동안 매출 혹은 고용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을 말한다.
우리나라 SW수출은 2017년 기준 패키지SW 9억5000만달러, IT서비스 63억6000만달러로 총 73억달러, 8조3000억원 규모다. SW 전체 매출은 2017년 기준 40조원이었다. 특히 수출생태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전체 수출기업 중 영세한 소규모 패키지SW 기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여기에다 수출을 생각조차 안 하는 기업이 많고 상당수 기업이 자금과 인력 부족 때문에 당장 내수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은 "정부와 기업의 미진한 SW 정책과 투자의지가 SW·SI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면서 "산업생태계 위축과 관련 학과 입학생 감소, 인력부족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저하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진출 열어도 상생협력 제도로 중기 육성 가능"=최근에는 일감 몰아주기 이슈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규제 체감도는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매각을 추진,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52시간 제도 도입, 기업의 일감과 직원을 한번에 빼앗아 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까지 악재가 겹쳤다. 일부 SI기업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세자릿수 직원이 줄었다. 일부 공공기관은 기업에 IT 유지관리 사업을 주는 대신 기업 소속 인력을 자회사 직원으로 둔갑시켜 '비정규직 정규직화'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안을 통해 정부가 사업을 발주하고 기업이 수주하는 전통적 형태의 공공SW사업과 달리, 기업이 직접 투자해 수익을 취하는 민간투자형 공공SW사업 조항을 신설해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제안에 대한 예외조항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수익 확보가 가능한 일부 사업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신산업 분야에 대해서라도 별도 심의 절차 없이 대기업 참여를 전면 또는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책 틀을 전환해 국내 SW산업의 해외 진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는 공공SW 사업의 경우, 0.01점 단위로 수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대기업은 상생협력 평가에서 5점을 받기 위해 사업 지분의 50%를 중소기업에 주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진입을 허용하더라도 상생협력 평가제도에 따라 중소기업을 육성·보호할 수 있으며,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 공공SW 시장 전체를 성장시킴으로써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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