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협회장 자리가 인기다. 지난 1월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이어 내달 초 선출될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를 놓고 다수 쟁쟁한 후보 간 경쟁이 예상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한다. 협회는 이후 15일부터 열흘간 후보자 지원을 받은 뒤 내달 초 열리는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협회장 자리는 퇴직 관료들이 갈 자리가 줄어든 데다 높은 연봉으로 많은 인사들이 몰리는 추세다. 또 금융당국이 민간협회장 인사 개입을 꺼리는 것도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달 중순 김덕수 현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하마평만 2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 출신 인사 중에선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 최규연 전 저축은행중앙회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성진 전 조달청장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민간에선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와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사장, 박지우 전 KB캐피탈 사장 등이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용카드·할부금융·시설대여·신기술금융업 등을 영위하는 여신금융업계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카드사들은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국내시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간 정부 주도 카드수수료 인하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TF(테스크포스) 논의 과정에서 업계는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카드·캐피탈 업계를 대변해 정부 및 금융당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협회장이 나와 주길 고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이달까지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혀 '16년 만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가 내세운 요구사항은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자기자산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 확대, △부가서비스 축소 등이다.
실제 해마다 쏟아지던 카드사 신상품 소식도 올해는 잘 들리지 않고 있다. 당초 1월 말로 예상됐던 금융당국의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 결과가 지난달에야 나온데다, 핵심 쟁점인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문제는 여전히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연회비 상승 저항을 피하기 위해선 결국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혜택이 좋은 기존 카드는 수익성 기준에 따라 단종될 수 있고, 이 경우 할인이나 적립 혜택이 없는 카드만 남아 고객 만족에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지난달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 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