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블록체인은 기술 아닌 사회 시스템이다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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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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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블록체인은 기술 아닌 사회 시스템이다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와 윤리적 문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등 윤리적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공유, 투명의 혁신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블록체인은 필연적으로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등 다른 가치의 암묵적 희생을 요구한다. 공유되어야 할 정보가 많아지고 공개되어야 할 거래가 많아질수록 프라이버시와 합목적성에 대한 문제는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사회에 적용되고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과 프라이버시는 양면의 동전과 같은 역할이다. 블록체인은 정보가 분산되어 모든 참여자에게 공개되는 것인데, 프라이버시라는 개인정보는 손쉽게 공개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누구나 네트워크의 정보를 자유롭게 볼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에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다. 거래 정보나 기타 정보를 체인의 블록 속에 담아 배포하며 원칙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것이 블록체인인데, 여러 정보를 배포하면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배포되었다면 블록체인의 기술적 구조상 삭제나 수정이 불가능하다. 유럽의 일반데이터보호원칙(GDPR)이나 국내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잊힐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나가고 있는 추세임에 반해 블록체인은 한번 입력된 정보는 삭제가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블록체인이 잘못된 개인프라이버시 정보를 삭제할 수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이다.

정보의 완전한 투명성을 지향하는 블록체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서는 투명성이나 합리성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은 소비자가 공급체인을 추적할 수 있게 하여 유기농 혹은 공정무역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그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의 프라이버시나 기업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즉 블록체인 기술이 지향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은 어떤 이에게는 프라이버시, 과도한 온라인 감시, 검열 및 인권 유린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보안의 개념은 상대적이어서 누군가에겐 보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침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가치는 누군가에는 개인정보 침해로 해가 될 수 있다.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모든 정보를 어떠한 제약도 없이 정부, 사회, 산업의 모든 사람들에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적 시스템에 공개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거래 내역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데이터의 투명성은 제공하지만 기업들의 참여를 저해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정보공유를 기본적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블록체인의 특징 일부를 파괴해야 한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진보가 아닌 퇴보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자니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나 저변확대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 개인정보를 완전히 보호하면서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적용해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정보, 프라이버시에 대한 희생이 필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조화롭게 해나가는냐가 관건이다. 프라이버시와 공유의 최적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나가고 적용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블록체인이 확산될수록 무엇을 공유할 수 있는지, 어떤 민감한 개인정보를 공유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구분이 확실해야 한다. 의미없는 데이터 공유는 블록체인의 전체적 질 하락을 가져오고 중요한 개인정보의 남용은 치명적 해가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이 확산될수록 블록체인이 절대적인 만능의 도구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블록체인은 모순의 기술이다. 개방과 투명성을 지향하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끼리만 정보가 공유되고 투명한 것이다. 거래와 참여를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고, 거래 역시 폐쇄된 환경내에서 이루어지는 모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암호화(cryptography) 및 불변성의 기능은 특정 유형의 블록체인들이 투명성을 희생하는 대신 프라이버시 및 기밀성을 우선시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잘못된 개인정보가 실수로 전송된다면 블록체인의 분산적 특징으로 인해 정보를 수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를 통해 개인에게 맞춤된 거래환경을 제공하지만 블록체인기업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개인정보가 활용되면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제는 블록체인이 하나의 기술로서 시험적 단계를 지나 개인권리라는 실생활과 연관된 권리로 확장된 사회적 기술으로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기반의 새로운 디지털 경제사회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블록체인을 하나의 기술로서가 아닌, 사회적 시스템으로 보아야 한다. 블록체인에 적극적인 유럽의 경우 정부가 프라이버시 보호와 투명성의 효과적 공존을 위한 기술적·사회적·윤리적 해결책의 마련에 힘쓰고 있다. 개인 데이터의 익명성을 보존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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