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제안에 '장외투쟁' 맞불
패스트트랙 '의회 쿠데타'로 규정
전국순회 철회요구 범국민 서명도
패스트트랙 '의회 쿠데타'로 규정
전국순회 철회요구 범국민 서명도
자유한국당 김태흠 좌파독재저지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수 위원장, 성일종 의원, 김태흠 위원장, 이장우 의원, 윤영석 의원.
연합뉴스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해결하자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4당의 제안에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으로 답했다. 다음 달 7일 끝나는 4월 임시국회는 이대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한국당은 2일 황교안 당 대표를 필두로 당 지도부가 장외로 나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공조로 만든 선거제도·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이날부터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을 순회하면서 장외 집회를 열었다.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현장최고위를 열고 "문재인 정권이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를 똑바로 듣고, 좌파 경제실험과 공포정치,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하라는 뜻에서 청와대 앞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갖게 됐다"면서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어서 눈물로 직원을 내보내고, 그것도 안돼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에게 선거법 패스트트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일터에서 쫓겨난 가장들의 절망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뭐가 그리 급하냐"고 반문했다.
황 대표는 이어 "한국당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가열찬 민생투쟁을 펼치겠다"면서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권은 악법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 총선용 선심 살포 추경(추가경정예산)이 아닌 제대로 된 재난·민생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마저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면서 "문재인 정권과 여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가 얼마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은 것인지를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고 당장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또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고발과 관련해 "제1야당에 대한 고발과 협박도 멈춰라. 이 얼마나 치졸하고 부끄러운 정치탄압이냐"며 "수사를 하더라도 저를 수사하고, 탄압하더라도 저를 탄압해라. 다른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고발은 즉각 취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태흠 의원 등 한국당 의원 4명과 은 패스트트랙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했다.
하지만 여야 4당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국회 정상화를 외면한 채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싸울 수 있지만 모든 것은 국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민생을 챙기는 길은 장외가 아니라 국회 안에 있다. 한국당은 당장 국회 정상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대화와 협상을 끝까지 거부하는 것은 제1야당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한국당 속내는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이 장외로 뛰쳐나간 탓에 4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나게 생겼다. 추경안 심사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을 논의하려면 곧바로 5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지만 여야 대화창구가 닫혀 있는 상황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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