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업계가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논란과 관련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예상과 달리 올바른 회계처리 관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업종 상장사 185개사의 개발비 자산화 비율은 2016년 24.3%에서 2017년 19.6%로 4.7%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2%포인트 줄어든 16.4%를 기록해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개발비 자산화 비율은 당기의 연구개발 관련 지출 중에서 개발비(무형자산)로 계상한 금액의 비율이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재무 실적을 양호하게 보이게 하거나 막연한 미래 성공 가능성만을 고려해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과도하게 처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금융당국이 관련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나친 개발비 자산화 등 종전 회계처리 관행에 따라 매년 개발비 자산인식도 증가했지만 최근 2년 동안 연구개발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도 개발비 자산 증가는 축소되고 있다"면서 "이는 회사들이 연구개발지출에 대한 개발비 자산인식 요건 적용을 신중하게 처리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발비 잔액규모 전체 현황을 보면 185개사 중 개발비를 계상한 회사는 79개사로 전년동기 대비 13개사 감소했다. 개발비 잔액 역시 1조3200만원으로 23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개발비 잔액이 100억원을 초과하는 회사도 9개사로 12개사 감소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관련 공시 수준도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의 자산인식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시한 회사는 64.7%로 전년보다 14.7%포인트 상승했다. 연구개발비 잔액이 있는 상장사 79곳 기준으로는 51.9%로 16.0%포인트 올랐다. 아울러 제약·바이오 상장사 34곳은 과거 재무제표를 재작성해 연구개발비의 자산 인식 관련 오류를 수정했고 이로 인해 2017년 기준 연구개발비는 종전보다 3866억원 줄어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및 감사인 스스로 개발비 회계처리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등 시장 자율의 회계처리 환경 조성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개발비 자산화 여부에 대한 판단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적용하고 투자자에게 유용성 높은 재무정보를 제공하려는 움직임 등 올바른 회계처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발비 자산인식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시 연구개발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올바른 개발비 회계처리 관행 형성이 연구개발투자의 저해를 초래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