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서 세계보건총회 열려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 확정 여부 결정
승인땐 2022년부터 효력… KCD도 개정 가능
정부·업계, 도입 반대… 공동대책 준비위 추진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 확정 여부 결정
승인땐 2022년부터 효력… KCD도 개정 가능
정부·업계, 도입 반대… 공동대책 준비위 추진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을 '게임장애'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의 최종 확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 ICD-11이 승인되면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ICD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도 이에 맞춰 개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임장애 근거없다"… 게임관련 업계 반발 = 국내 게임 관련 협·단체 및 기관, 정부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을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콘퍼런스를 개최하거나 성명서 발표를 통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덕주 교수 연구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게임중독 질병코드화가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산업에 수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임중독을 주제로 한 포럼은 지난 한달 동안 총 두번 개최됐다. 지난달 6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실게임-게임,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2019 게임문화포럼'을 열고 WHO의 '게임장애'에 대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WHO의 게임장애 질병등재는 섣부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게임과학포럼이 '게임장애, 원인인가 결과인가'를 주제로 '태그톡'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고자하는 움직임이 '과도한 의료화'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화란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인 문제로 전환되는 것을 뜻한다. 이경민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는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만드는 과도한 의료화가 게임업계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업계, WHO에 게임장애 반대 의견 전달 = 지난달 29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WHO의 ICD-11 의견 수렴 사이트를 통해 게임장애 질병코드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의견 전달을 통해 게임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게임장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과학적인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진단 기준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만큼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를 ICD-11에서 삭제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도 같은 날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가 문제 요인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WHO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을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이 신설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콘텐츠 관련 협·단체 및 대학 내 게임관련 학과를 아우르는 43개 조직이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가칭)'를 발족한다고 알린 것. 위원회는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창작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게임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정책토론회와 포럼, 공청회, 부처 항의방문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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