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박동욱기자 fufus@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4 충남 천안시 쌍용동·불당동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쌍용동>
- 주택가 인근에 상권 무조건 잘되는 것 아냐
- 신흥상권 조성·지하철 개통으로 유동성 급감
- 음식점 없어 낮엔 황량… 저녁 장사 상점만
<불당동>
- 최근 아파트 분양으로 상권 형성의 초기 단계
- 빵집·고깃집 등 주민들 접근성 감안한 상점들
- 임대료 비싼 편에 먹거리 골목 등 특색 부족해
특이한 골목이었다. 음식점은 거의 없었고 주점들이 골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디지털타임스의 연중 캠페인 '풀뿌리상권 살려내자'의 2부 현장 탐방을 위해 지난 30일 방문한 충남 천안시 쌍용동 골목의 모습이다.
롯데마트 천안점 왼편과 맞은편에 왕복 4차로 도로를 끼고 들어선 3~4층 건물들에는 병·의원,약국, PC방, 음식점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하지만 롯데마트 천안점 맞은편의 뒷골목은 황량했다. 2~3층의 작은 건물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오밀조밀 들어서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문을 연 상점이 거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문을 열지 않은 곳은 모두 볏집삼겹살, 횟집, 호프집, 꼬치구이집 등 주점이었는데, 낮 영업은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취재팀과 함께 쌍용동을 방문한 '디따 해결사' 박경환 자문위원(한누리창업연구소장)은 "먹거리 장사가 안된지 오래돼 보인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사람이 오질 않는다. 지방도시는 주택가 인근에 형성됐다고 무조건 상권이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자문위원은 쌍용동 상권 분석 자료를 내밀었다. 롯데마트 천안점을 중심으로 반경 약 500m 내에 주거하는 인구가 1만8000여명, 직장인이 5700여명에 달했다. 박 전문위원은 "이 정도면 상권이 상당히 좋아야 하는데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시간은 훌쩍 정오를 넘겼다. 하지만 개점을 하지 않은 주점 사이에서 음식점을 찾기 어려웠다.
겨우 문을 연 칼국수집을 찾았다. 주변에 개점한 음식점이 없어선지 손님 10여 명이 자리잡고 있었고, 취재팀이 자리를 잡은 뒤에 몇 명 씩 손님들이 들어왔다.
B칼국수를 16년째 운영 중이라는 오모(62) 사장은 "나사렛대 주변이라 주점 위주로 상권이 형성돼 있다. 학생을 상대로 하는 주점 등은 여름·겨울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는 영업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은 처음 칼국수집을 열었을 때는 쌍용동 상권이 꽤 활성화돼 있었다고 했다. 나사렛대는 물론 원룸이 많아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쌍용동 일대가 붐볐지만, 천안시청 인근 불당동에 신흥상권이 자리 잡기 시작하고, 2008년 나사렛대 인근에 지하철역(쌍용역)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급속하게 줄었다는 것이 오 사장의 설명이다.
쌍용동 주민들도 불당동에 들어선 신흥 상권으로 뺏기고, 쌍용역이 생기자 학생들도 지하철을 이용해 주변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쌍용동 상권은 무너졌다.
오 사장은 "원룸도 빈 곳이 많다. 두정동 상권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이 최고였지만, 두정동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이곳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해 신불당(불당동), 신행정타운이 생기면서 두정동은 물론 이곳도 완전히 죽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오 사장이 이야기한 '신불당'으로 이동했다. 천안시청을 마주보고 오른편에 위치한 불당동 '구상권'과 천안시청 맞은편에 들어서기 시작한 신흥상권, 이른바 '신불당'을 찾았다.
'신불당'은 천안시청 맞은편 아파트 단지 앞 상가건물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작은 규모의 주점, 빵집, 고깃집,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이 상가 1층을 채우고 있었는데 제대로 된 먹거리 골목이라기 보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접근성을 감안한 상점들이었다.
골목은 깨끗했고, 최근에 아파트가 분양하면서 상가가 들어섰기 때문에 상점들도 입주한 지 얼마 돼 보이지 않았는데, 임대료가 비싼 편인 데다, 먹거리 골목 등 특색이 부족해 박 자문위원도 "여기가 어떻게 활성화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불당동 구상권, 이른바 '구불당'을 돌아보면 의문이 풀릴 것 같았다.
구상권의 건물들은 낮인 데도 휘황찬란한 간판들로 도배돼 있었다. 구상권은 크게 밤에 개점하는 '야간상가'와 낮부터 개점하는 '주간상가'로 분류된다. '야간상가'가 다수 들어선 상가 건물은 한 마디로 '올 인 원'이었다. 1층에 평범한 주점이 있다면, 2층 노래방, 3층 룸사롱, 4층 바, 5층 모텔 식으로 한 건물에 다양한 유흥·숙박업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낮이라 '야간상가' 점주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문을 열고 있는 한 커피숍 점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올해로 8년째 불당동(구상권)에서 '정진원의 커피볶는집'을 운영하고 있는 현덕환(35)사장은 야간상가 이외의 주간상가는 신불당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현 사장이 나름대로 분석한 구 상권의 몰락 원인은 대충 이렇다. 손님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은행이나 학원들이 신불당 쪽으로 대거 이동했고, 신불당의 신흥 상권이 조성되자 상대적으로 구 상권에 대한 손님들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구 상권 몰락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불당동이라고 하면 이곳 '구불당'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신불당'이 불당동의 '메인 스트리트'가 됐다"며 "이곳 커피숍만 해도 은행이나 학원들이 빠지면서 유동인구도 구불당에서 신불당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장은 상점들이 많이 빠지면서 임대료가 떨어졌지만, 신규 입점하는 업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상권 몰락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현 사장은 "유동인구가 많아져야 하는데 이 거리엔 '임팩트'가 부족하다"며 "7년 전 쯤 상권이 한 차례 무너진 뒤 이번이 두 번째인데, 회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천안=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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