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직을 내려놓는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손 대표는 이날 공석인 최고위원 자리에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문병호 전 의원을 임명했다. 그러나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바른정당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갈등의 틈이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 제22조와 23조에 따라서 바른미래당의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을 지명한다"면서 주 부의장과 문 전 의원을 임명했다. 손 대표는 이어 "그동안 최고위원을 임명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가 당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한다고 하는 차원에서 기다렸다"면서 "그러나 최고위원 3명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지 벌써 한 달이 다되고, 당무가 전반적으로 정지돼 있는 상황에서 당무집행을 정상화해야겠다고 하는 절실한 여망이 있었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손 대표는 최고위에 불참하고 있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에게도 "당의 화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무에 복귀할 것을 당부한다"고 경고성 발언을 남겼다.
손 대표는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의 업무를 적극 헤쳐나가고 협조하는 건 최고위원의 의무"라며 "한 달이나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당에 협조하지 않는 건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했다. 최고위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계이자 청년최고위원인 김수민 의원까지 가세했다. 이들 최고위원 4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명직 최고위원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지명직 최고위원 지명시 최고위원회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 당헌 23조 4항을 위반해 원천 무효"라며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위한 최고위 회의 정족수조차 미달한 상황이라 임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이들은 손 대표를 향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당내 화합과 민주주의 회복에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각을 세웠다.
하태경 의원은 별도로 자신의 SNS에 "최고위가 정상적으로 열릴 때 지명직 최고위원 뽑으라고 요청할 땐 그토록 거부하더니 최고위 성립도 안되는 상태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면서 "손학규의 민주주의는 거짓말과 꼼수다. 손학규의 당대표 놀이에 취해 당은 침몰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최고위원 상당수가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