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상속세가 경영권 빼앗는 수단이어선 안된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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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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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상속세가 경영권 빼앗는 수단이어선 안된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하늘을 날아야 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날개가 꺾였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에 발목 잡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에 이은 사망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은 무리한 차입과 부실경영으로 인한 고질적 채무위기에 시달리다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의 경영권이 어떻게 될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을 누가 인수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부침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일이다. 잘 나가던 기업도 경영부실 또는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쓰러질 수 있다. 경영자가 바뀔 수도 있고 기업을 매각할 수도 있다. 수백 년을 이어가는 기업도 있다. 기업의 성장을 이끌 책무는 당연히 경영자에게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을 돕는 환경조성은 정책의 몫이다. 그 중의 하나가 상속세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17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하고, 우호지분도 확보해야 한다. 가능한 일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상속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을 때는 30%를 할증하게 돼있어 상속세율은 65%다. 세계 최고다.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이 혜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별로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상속 공제요건 완화를 언급했지만 실효성 있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창업자나 그 가족이 기업을 계속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써 키운 기업을 다른 이유도 아닌, 오로지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잃거나 매각할 수 밖에 없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상속세가 경영권을 빼앗는 약탈적·징벌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계적 기업인 월마트, 도요타, BMW, 포드, 피아트 등이 가족기업이거나 가족기업에서 출발했다. 선진국에서 가족기업은 보편적인 경영형태다. 한국의 많은 기업은 중소기업, 대기업을 불문하고 가족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게 현실이고 원활한 경영권 승계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창출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우리의 경우 상속세를 내면서 경영권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도 상속세 때문에 경영승계보다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평생 일군 기업, 상속세 무서워 판다"거나, "회사 팔았다고 하면 부럽다고 박수 친다"는 게 중소·중견기업계의 현실이다.

상속세율이 70%에 달했던 스웨덴이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없앴다.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내려하자 주식값이 폭락해서 상속세를 내기도 어려운 일이 일어났고 기업의 해외탈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없애자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상속세가 처음부터 없었거나, 상속세율을 크게 낮추고 있다. OECD 36개 국가 중 16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OECD국가의 평균 상속세는 15% 수준이다. 많은 나라에서 상속재산이 기업의 주식일 경우 할인, 납부유예 또는 일정기간 후 면제해주는 제도를 갖고 있다. 상속인들의 기업경영권을 보호해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이 강소기업이 성장하는 것이다. 기업의 상속은 재산의 상속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기업의 미래가치의 상속으로 이해해야 한다. 불로소득이나 부의 대물림으로 이해할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과 기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 기업인과 부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징벌적 상속세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돼있다. 기업인과 부자를 벌해야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기업을 보는 시각이 변해야 한다. 기업인들의 행태도 변해야 한다. 어떤 재산이든 탈세한 게 아니라면 이미 모든 세금을 내고 축적한 것이다. 그런데 상속세를 다시 내라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있다. 상속세란 무엇인가.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약탈적·징벌적 상속세를 검토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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