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이 질병? … 과도한 의료화 대표적인 사례"

"게임 모르는 연구자가 밝힌 것"
이경민 교수·전문가들 질타
승인땐 과잉진단 나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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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이 질병? … 과도한 의료화 대표적인 사례"
이경민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위수 기자


WHO 움직임에 반대여론 확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려는 세계보건기구(WHO) 및 보건·의료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과도한 의료화'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경민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게임에 관련된 문제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담론들이 과도한 의료화의 경향을 띠고 있다"면서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만드는 과도한 의료화가 게임업계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상임대표를 비롯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이 과도한 의료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의료화란 비의학적 문제가 의학적인 문제로 전환되는 것을 뜻한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게임중독과 관련된 대부분의 논문이 중독 개념을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했다"며 "게임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연구자가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 도구로 연구한 결과 '게임중독이 심각하다'고 결론내린 것이 지금의 게임연구의 전형"이라고 질타했다.

WHO는 다음달 2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국제기준 11차 개정판(ICD-11)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총회에서 ICD-11이 승인되면, 오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국내외 게임업계에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게임중독'을 세계 기구인 WHO에서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될 경우, 과잉진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경민 상임대표는 "초기에는 비보험 항목으로 분류될 텐데, 국내 의료체계상 비보험 항목에 대한 치료는 의료인들에게는 돈을 벌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부 잘못된 의료인들이 게임중독 진단을 금전적 인센티브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독증상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한국 학생들의 경우 공부 스트레스가 너무 많고, 부모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게임에 중독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게임 자체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 관련 기관 및 협·단체들은 게임중독 질병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총 43개 조직이 참여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가 발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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