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선거제도·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갈등이 국회를 넘어 고소·고발전으로 번지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초유의 쌍방 고발사태를 맞았다.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은 주말 동안 소강상태를 맞았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 측 모두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국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정당한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관 1명, 비서관 1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29일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서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을 고발 조치했다"며 "증거자료들을 첨부해 29일 추가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신속처리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회의 질서 유지를 방해하는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당직자 모두 예외 없이 고발하겠다"며 "과거처럼 여야가 서로 고발조치하고 유야무야 끝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뜻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또 "한국당이 내건 구호 중 헌법수호라는 것이 가장 어이없고 황당하다"면서 "한국당은 국회 선진화법을 아주 대놓고 무시해 무법천지로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폭력과 불법을 동원해 (패스트트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게 선거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8일 이전에 상황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나 선거제도 개혁법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만 패스트트랙이 불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고발에 맞고발로 대응했다. 나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은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을 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된다고 해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의사당에서 한국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홍 원내대표 포함 1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직권남용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임시국회 회기 중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전 동의 없이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사보임)해 국회법을 어겼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국회사무처는 "국회법 상 임시회 회기 중 위원을 개선(교체)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과도하게 반복되는 사보임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규정"이라며 "의장의 국회운영은 기본적으로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 개선도 관례를 따른 조치"이라고 설명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비상대기 중인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행안위 회의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