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시진핑 6년 전 연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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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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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시진핑 6년 전 연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4월1일 1면 톱뉴스 자리에 이런 제목의 글을 실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문제-구시(求是) 잡지에 발표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중요 문장." 내용은 "전체 당원 동지들, 특히 각급 지도 간부들은 마르크스주의의 발전 관념을 필수적으로 견지하라. 세상이 돌아가는 형세, 나라의 형세, 당의 형세 가운데 무엇이 변하는 것이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 것인지를 명확히 깨달아서 개혁개방 정책을 부단히 심화시키고, 이론과 실천, 제도 개혁에서 부단히 새로운 길을 걸으라."

중국 경제는 GDP 규모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다. 이미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나라'라는 말을 전 세계에서 듣고있다. 이런 마당에 뚱딴지같이 "마르크스주의의 발전 관념을 필수적으로 견지하라"니….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형세 가운데 무엇이 변하는 것이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 것인지를 명확히 깨달으라"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인민일보의 기사 속에는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구시 잡지에 실렸다는 원문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끄는 '빠른 경제발전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이론지로 '구시'가 탄생했다. 구시 2019년 3월호에 실린 시진핑 총서기의 글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그 글에는 "2013년 1월 5일 시진핑 총서기가 새로 중앙위원회에 진입한 중앙위원과 후보위원들을 위한 당 대회 정신 학습반에서 한 연설의 일부"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6년 전 시진핑이 첫 번째 5년 임기의 총서기로 선출된 직후에 당 간부 교육용으로 한 연설이라는 것이다. 그 연설문을 읽어보니 비로소 시진핑 총서기가 '전체 당원 동지'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마르크스·엥겔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모순에 대해 분석한 결론은 아직도 유효하다.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하고, 사회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역사 유물주의의 관점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는 사회와 역사 발전에서 결코 역전될 수 없는 추세이다. 그러나 그 길은 구불구불 굽어져있는 길이다. 자본주의는 최종적으로 망하고, 사회주의는 최종적으로 승리하겠지만 그 과정은 아주 긴 역사의 과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자아 조절능력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서방 선진국들이 경제와 과학기술, 군사 방면에서 장기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객관적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현재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점이 9000만 중국 공산당원들을 동요하게 하지는 않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 그랬을까. 1978년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리드에 따라 40년 간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해온 결과, 나타나고 있는 각종 사회·경제적 모순에 대해 응급치료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그랬을까. 시진핑 자신은 6년 전 첫 5년 임기의 총서기에 선출됐을 당시나 지금이나 '자본주의는 필망하고, 사회주의는 필승한다'는 신념을 변함없이 갖고있다. 단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의 자체 문제 해결과 조절 능력이 예상보다 강력해서 현재 중국경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과도기 상태를 더 길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일까. 시진핑이 당 기관지와 이론 잡지를 통해 뜻밖에 밝히고 나선 '자본주의 필망, 사회주의 필승론'은 좀 생뚱한 느낌은 주었지만 중국공산당의 속내를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글은 왜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국가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남중국해에서 끊임없이 미국과 충돌하고, 이란 핵문제나 베네수엘라 내정 개입에 대해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적인 견해를 표출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준다. 왜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한 귀로는 듣는 척 하면서 뒤로는 북한에게 도움을 제공하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있게 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을 어떻게든 도와서 북미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다가 왜 아들 뻘인 김정은으로부터,(태영호 공사에 따르면)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심한 욕설에 해당하는 "오지랖 넓다"라는 말을 듣게 됐는지, 이유가 궁금하면 시진핑의 이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시진핑이나 조선노동당의 김정은이나 자신들의 정신적 고향은 사회주의라는 생각을 갖고있다는 점을 알게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은 그 기원에서 마키아벨리의 후손들이며,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서는 언제든 도덕을 버리고 상대방을 속이는 기만전술을 서슴지않고 선택한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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