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핵심 '비핵화 협상' 제자리
철도 연결·항구적 평화 등 미진
'소득 없는 말뿐인 선언' 비판도
철도 연결·항구적 평화 등 미진
'소득 없는 말뿐인 선언' 비판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27 南北공동선언 1주년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지지부진한 후속회담 등의 영향으로 1년 만에 빛이 바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 수차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겪었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거리를 좁혔고 결국 판문점 선언을 끌어내면서 북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판문점 선언에서 핵심적인 부분으로 꼽혔던 비핵화 협상의 진전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판문점 선언이 공허한 선언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 선언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교의 '판' 바꿨으나 진전 없는 비핵화 협상= 판문점 선언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관계 개선, 상호협력과 교류 등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선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비핵화 협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서둘러 얻어내려는 북한과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의 교착상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결렬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회담의 대안으로 '굿이너프딜'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최근 4차 남북정상회담을 북한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곧바로 재협상에 돌입하는 대신 25일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관계 복원에 나섰다. 장기전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북한은 우리 정부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의 담화에서 "한국 정부가 미군과 연합공중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공허한 판문점선언= 이처럼 선언의 핵심적인 부분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 하다보니 판문점 선언의 다른 내용 역시 상당 부분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다. 판문점선언에 명시됐던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대북제재에 막혀 지난해 착공식을 하고도 공사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핵심 사안인 연내 종전선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의 4자 회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밖에도 남북 공동유해발굴사업에 북측이 불참하면서 남한이 단독진행하게 됐고, 판문점선언으로 열린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역시 매주 금요일 개최되던 사무소장 회의가 지난 2월 22일 이후 8주째 개최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제안한 장성급 실무회담 역시 한 달 가까이 북측의 무응답 속에 개최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판문점 선언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린 판문점 선언=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판문점선언의 실현 가능성은 결국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지난 1년 간 경험한 만큼 '완전히 안될 것 같다'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100% 자신한 것은 반성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야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후에 전략을 개선해) 유효하게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은 선언일 뿐, 구체화 돼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종전선언 등 상당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상대가 지키지 않는 약속을 유효하다고 봐야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