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기고] 인터넷은행 대주주 심사, 국민편익 해쳐선 안돼](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2502102369061002[1].jpg "[기고] 인터넷은행 대주주 심사, 국민편익 해쳐선 안돼")
2015년부터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ICT기업의 '혁신 DNA'를 금융산업에 전이시켜 '금융혁신'을 꾀했던 아이콘이다. 작년 대통령이 규제혁신 1호법으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꼽으며,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던 것도 결국 '소비자 후생 증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금융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은행 일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주부,대학생 등 중저신용자인 금융소외계층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일반 시중은행의 경쟁을 촉발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완전한 입법과 금융당국의 엄격한 잣대는 금융소비자 후생을 후퇴시키고 있다. 고질적으로 자본확충에 시달리고 있던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 4월 9일 14번째 대출중단 사태가 발생해 기약없는 영업중단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입법취지' 보다 금융규제의 '원칙'을 강변하고 나선 금융당국의 영향이다. KT가 케이뱅크에 출자하고자 해도, 은행업 감독규정을 내세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사중인 사안이 있다면 심사 중단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행정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금융혁신의 관점에서는 낙제다. 아니 '방치'를 넘어 '직무유기'다. 그 누구보다 금융소비자 주권을 수호해야 할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대상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을 막고 나서서 애꿎은 금융소외 계층을 궁지로 몰아 넣는 아이러니다. 이것이 과연 "국민만 보고 가겠다"(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연설)는 현 정부의 방향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ICT 대주주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은 원칙적으로 결격사유다. 여야간 정쟁의 산물로 은행법을 대부분 차용하다 보니 정교하지 못했다. 비금융주력자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부당공동행위, 이른바 '담합'을 그대로 포함하게 된 치명적 입법실수가 있었다. 비금융주력자의 특성 고려 없이 대주주 적격 심사를 하다 보니, 금융당국의 일률적인 거미줄 규제에 KT가 걸려든 셈이다. 카카오 역시 총수의 공정거래법 위반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며, 카카오M 합병 이전에 담합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어 대주주 적격 심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무용지물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여야간 불완전 입법을 겸허히 인정하고, 비금융주력자 산업 특성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결격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전력을 삭제하는 등 사전 규제를 완화하되, 필요하다면 사후 규제를 강화하면 될 것이다. 또한 ICT 대주주가 인터넷은행에 자본확충 할 수 있도록 예외 인정 기준을 사전에 대폭 마련하고 공개하여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는 혁신성장 관점에서 금융소비자를 생각한다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선명해질 일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규제할 것은 규제하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탄력적인 대주주 적격 심사로 소비자 편익을 저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회는 겸허하고 정교한 입법을, 정부는 입법취지에 부합한 탄력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금융소비자를, 국민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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