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사진)이 세계항공운송협회(IATA) 총회를 주도하며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을 풀어줄 전망이다. 이는 갑작스레 타계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격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조 사장이 오는 6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IATA 총회를 계기로 대한항공을 이끄는 세대교체를 자연스레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숙제가 된 경영권 승계를 차근히 진행하면서 본인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을 거두어내려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ATA는 1945년 세계 각국의 민간 항공사들이 모여 설립한 국제협력기구다. 현재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IATA 총회는 세계 주요 항공사들과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 관련 업계 최고위층이 모여 항공산업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로,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로도 불린다.
이번 총회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이는 조양호 전 회장이 주도했다. 조 전 회장은 IATA 최고기구 집행위원을 지내는 등 국제항공업계에서 쌓은 탄탄한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울총회 유치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IATA 서울총회 의장은 대한항공 CEO(최고경영자)인 우기홍 부사장과 조원태 사장 두 사람 모두 수행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선 이미 조 사장이 의장직을 수행하기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IATA 서울총회를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내비치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금까지 그룹·대한항공 경영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대표이사·사장에 오른 지 2∼3년밖에 되지 않은 점도 이유로 볼 수 있지만, 조양호 전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3세 경영으로 전환' 등 말이 나오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회사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조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CEO가 아닌 'COO(최고운영책임자)'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이미 조 사장은 장례식 다음 날 즉시 경영에 복귀해 어수선한 조직을 추스르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며 자신이 그룹 경영을 주도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