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RC교육원장
![[포럼] 합종연횡 자동차산업, 변해야 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2302102369061002[1].jpg "[포럼] 합종연횡 자동차산업, 변해야 산다")
과거에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분야들이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자동차업체들은 이 경향에 적응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우선 새로운 분야에 투자여력을 갖기위해 이익이 나지않는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여 팔거나 활동을 중지하고 경비는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GM이다. 만년 적자인 독일의 오펠을 프랑스의 푸조에 팔고 한국의 군산공장은 문을 닫았으며 북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개의 공장 생산을 차례대로 중단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반면 승차공유업체인 리프트(Lyft)에는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아마존이 7억 달러를 투자한 전기트럭회사인 리비안(Rivian)에 대해선 미래를 보고 투자의향을 밝힌바 있다.
국내의 현대기아차도 늦은 감은 있지만 아시아의 우버인 그랩에 투자하고, 올해는 인도의 올라에 3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 SKT와 협력하여 모빌리티 및 커넥티드카 분야의 스타트업에 대한 발굴 및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런 새로운 분야에 대한 확장과 더불어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개발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일본의 도요타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서 양산에 진입하였다.
한국 정부도 올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보급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2030년에 세계 1위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생산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버스와 택시도 개발하고 충전소는 12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과연 예상한 바와 같이 이익이 발생하고 투자를 회수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승차공유업체들과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회사들도 투자가 커서 아직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업체인 테슬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탈도 많고 위기도 많으며 정부의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앞날도 예측하기 어렵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도 과연 친환경차로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송하며 충전하고 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의 투자는 비록 위험은 높지만 위험부담이 없이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과감한 도전이 현상을 억지로 유지하려 하는 것보다 한국이 택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동차분야가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도 기존의 자동차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에서 거대 자본의 구글, 애플, 아마존, 소프트뱅크, 우버 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투자 및 M&A를 진행하고 있다.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합종연횡 상황과 비슷하다.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재정에서도 기술개발 능력에서도 열악한 부품업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된다.
국내에서 르노삼성의 노사가 협력하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져 르노 본사로부터 차기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완성차업체는 내부 갈등에 의해 위기에 처했으니 본인들의 책임이지만, 죄 없는 부품업체들은 앞날이 캄캄하여 합의를 간절히 애원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의 연합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노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새로운 수출차종의 물량이 배정되지 않는다면 생산량 감소로 공장 가동을 축소해야 하고, 결국은 고용도 유지될 수 없게 돼 공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호소하고있다.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뤄주길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가장 시급한 변화는 국내의 완성차업체와 납품업체간의 관계 변화라고 생각한다. 국내의 부품업체들은 많은 경우 주로 하나의 완성차업체에 집중하여 납품하는 수직적 구조이다. 이런 경우 완성차업체의 생산이 줄거나 멈추면 부품업체들은 바로 타격을 받고 견디기 어려워 도산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여러 완성차 업체에 동시에 납품하여 한 완성차업체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한 완성차업체의 물량 감소에 수많은 계열 부품업체들이 위기를 겪는 현재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아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물량 감소를 겪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품업체들이 미래의 새로운 분야로 업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부는 미리미리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하면서 미래산업으로의 변화를 유도하여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