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新북방외교 성공하려면 북한은 잊어라

강원식 전 駐벨라루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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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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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新북방외교 성공하려면 북한은 잊어라
강원식 전 駐벨라루스 대사
문재인 대통령이 7박8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중이다. '신(新)북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상외교다. 과거 베트남특수와 중동붐처럼 우리 경제의 활력을 북방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북방경제는 러시아 중국 몽골, 중부유럽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남캅카스의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중앙아시아 5개국 등 14개국과 북한을 묶어 보는 개념이다. 모두 냉전시기 공산주의를 경험한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가의 경제발전전략을 특정 지역에서 구하는 지역 접근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에 특화된 아이템을 대상으로 하거나 지역의 지하자원 개발·반입 등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민간기업은 몰라도 국가전략이라면 모름지기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더구나 오늘날은 세계의 모든 지역이 초연결되고 있어 특정 지역에 국가경제의 명운을 거는 공간적 접근법은 어울리지 않는다. '점·선·면 전략'(Point-Line-Plane Strategy)은 점에서 시작해 점들을 선으로 연결하고 마침내 전체 면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신북방경제는 '점→선→면'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주민 등 점에 대한 연구와 이해는 너무 부족하고 쌓아온 관계도 일천하다. 면에 대한 목표만 있지 점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선에 대한 준비도 부족하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시베리아횡단철도, 북방항로 등 기존의 선에 편승해 옛 공산권이라는 면에 접근한다는 구상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요하다. 점과 점을 연결할 수 있어야 모름지기 새로운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위해 신북방경제 전략은 성공해야 한다. 그래서 공간적·전략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공에 이를 수 있는 몇가지 조건을 생각해본다. 첫째, 점에 대한 접근이 지금이라도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각국의 정치와 경제 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층 연구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지역전문가를 기르고 상호이해를 촉진시킬 민간교류와 협력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북방경제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는 북한을 잊어야 한다. 삼각관계는 어느 하나가 따돌림 당하는 '아드맨 아웃'(Odd Man Out) 게임이 되기 싶다. 한국이 북한을 끼워넣어 양자관계를 삼각관계로 만들고, 또한 북한을 고려하면 할수록 우리는 북한 때문에 불필요한 양보를 하기 쉽다.

셋째, 중앙아시아와 중부유럽, 그리고 남캅카스와의 관계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뛰어넘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고 정치·경제·군사적으로도 강대국이다. 자칫하면 구심력만 작용해 주변부 이익은 중앙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거나, 우리 경제가 중국이나 러시아경제권에 편입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들 주변부와의 관계에서는 직접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심부의 구심적 흡입력을 이겨내야 한다. 오히려 허브로 만들어 중심부를 견인해 내고, 나아가 서쪽의 유럽과 동쪽의 태평양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북방 대륙과의 연계를 중시하다가 그동안의 근간이던 미국과 일본 등 해양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특히 미국의 경제력은 지금도 세계 1위이지만 세일혁명으로 앞으로도 당분간 상대가 없다. 정부는 아세안 등 '신남방경제'를 말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구상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미국과 해양의 시대는 앞으로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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