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자의 보험 가입부터 해지까지… 불완전판매 요지경

"연금전환 가능한 저축성보험" 유도
명백한 불완전판매 사례… 민원 급증
중도해지 했더니 원금 거의 떼일 판
장기저축 명기 포트폴리오 제시하자
보험사 불완전판매 인정…전액 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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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자의 보험 가입부터 해지까지… 불완전판매 요지경
기자가 보험 해지를 위해 서명한 계약취소 요청서의 모습.


[르포] 기자의 보험 가입부터 해지까지

"61만6000원 내셨지만 731원 돌려드려요"

이 안내를 받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돈도 돈이지만, 너무 화가 났다.

종신보험 이야기다.

기자는 종신보험에 들었다 두 달 만에 해지를 했다. "해지를 하겠다"고 하자 받은 안내가 첫 문장이다. 친절한 여 안내원의 목소리가 어쩜 그리 밉던지...

보험 해지가 기자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보험사의 말만 듣지 않기로 했다. 다시 상품 가입 당시를 꼼꼼히 점검하고 금융감독원 민원실을 찾았다.

결국 그동안 냈던 종신 보험료를 10원도 빼지 않고 돌려받을 수 있었다.

보험 가입보다 지난(지난)했던 해지의 과정들이 여기에 있다.

◇"연금 들으셔야죠? 종신보험 하나면 다 됩니다."= 사실 모든 게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지인을 통해 알게된 생명보험 설계사의 말이었다. 지난 1월 초의 일이었다. 지금이었더라면 웃어넘겼겠지만, 보험업계를 출입한지 갓 한달차였던 기자는 믿고야 말았다.

A씨는 대면한 자리에서 기자의 한 달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자산 관리를 위한 노하우에 대해서 설명했다.

A씨는 "지금 매달 70만원씩 적금만 들고 있다. 더 효율적인 저축을 위해서 저축 기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 상품을 각각 가입해야 한다. 장기저축을 위해서는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기자에게 건넸다. 이 포트폴리오에는 '장기저축(연금)'이라고 명시돼있었다. 약 2주가 흐른 뒤, 앞서 언급한 '장기저축(연금)'을 위해 A씨가 내민 상품은 '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이었다. 쉽게 말하면, 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은 경제활동기에는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사망보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보험료 납입 20년 후에는 사망보험금을 생활자금처럼 선지급받는 상품이다.

'연금에 가입하려했는데 웬 종신보험이지'라는 생각이 들 무렵, A씨는 "이 상품은 연금 전환 기능도 있다. 혹자는 무조건 상품 이름에 '연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만 연금이라고 말하는데,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저는 고객이 사회초년생일수록 더욱 이 상품을 추천한다. 20년 후면 한창 자녀를 키울 때인데, 그땐 연금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해당 상품을 설명하는 내내 '연금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던 A씨는 "가입 확인 차 본사에서 전화가 오는데, 연금용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며 "그저 보장성으로 생활자금을 받으려 했다고 말하면 된다"라는 팁을 주기도 했다.

'요즘 같은 고령화 시대에 연금 하나쯤 필요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던 기자는 20년간 매달 30만8000원씩 납입하겠다는 조건으로 호기롭게 서명했다.

◇"61만6000원 내셨지만 731원 돌려드려요"= 이후 두 달간 보험에 가입한 것을 잊고 살던 기자는 불완전판매에 대해 취재 중 '아차'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금으로 전환하는 특약이 있다고 해서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설명해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불완전판매"라며 "현장에서 여전히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이 다수 이뤄지고 있어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기자는 S생명 고객센터로 연락해 보험을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현재까지 61만6000원 납입하셨고, 해지 환급금으로 731원 받으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보험 가입 과정에서 설계사의 설명으로 인해 착오가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A씨로부터 받은 '장기저축(연금)'라고 표기된 포트폴리오를 불완전판매의 증거로 내밀었다.

이후 연락해온 A씨는 "제기한 민원 때문에 내부적으로 징계를 받게 될 것 같다.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게 해주겠다"며 '가입자(기자)가 설명을 잘못 이해해 상품에 가입했다'는 식으로 민원을 정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기자는 잘못된 사실로 민원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한 후, 상품 해지를 절차대로 진행했다.

해당 보험사 측도 설계사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면서, 계약취소 요청서에 서명했다. 서명한 당일 납입한 원금 61만6000원 전액을 통장으로 환급받을 수 있었다. 또 서명을 위해 대면한 S생명 담당자는 "이번 불완전판매 건으로 해당 설계사는 한 달 동안 이 같은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처리됐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종신보험은 연금이 아니다. 다시 한번, 종신보험은 연금이 절대 아니다!"
글·사진= 주현지기자 j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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