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폐이론’ 논쟁 가열… “재정확장정책 지지이론으로 악용 우려”

이론 만든 미 스테파니 켈톤 교수
"日, GDP比 공적채무 美 3배지만
초인플레·금리앙등의 위기 없어"
日전문가들 "성장률 끌어내릴것"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자국통화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가는 통화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커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른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을 놓고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 '이단'으로 취급하는 MMT 제창자인 스테파니 켈톤 미 뉴욕 주립대 스토니부룩 대학 교수는 17일 MMT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의 예가 "거액의 부채를 안고 있는 데도 금리 인상이 일어나지 않는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켈톤 교수는 이날짜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지출의 원자금을 세금으로 충당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세금은 정부가 수입을 얻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달러화를 발행할 수 있는 미국 정부는 달러화를 얻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세금의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경제에 쏟아 넣을 수 있는 돈의 총량을 조정해 인플레를 억제하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재정적자를 내서 뭘 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과 일본 모두 인재와 자원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실력보다 상당히 낮은 생활 수준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 지출을 늘리면 실업자가 경제활동으로 복귀해 생산량도 늘어난다. 인플레가 무섭다고 완전고용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실업의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유익한 실제 예"라면서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채무가 미국의 3배나 되는 데도 초인플레나 금리 앙등과 같은 위기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자국 통화로 발행한 채무의 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시장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일본내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의 금리가 낮은 것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 완화정책을 펴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MMT 이론에 맞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3월 기자회견에서 "(MMT가) 모순되지 않게 체계화된 이론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재정적자와 채무잔고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에 대해 시장에 확실한 신뢰를 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MMT에 대한 지지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정동원을 요구하는 민주당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가 감속 경향을 보이는 일본에서도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재정 동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금융완화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도 가세해 MMT 논쟁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에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선 일부 위원이 "재정·금융정책을 연계해 총수요를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움직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木?登英)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국채를 대량 발행한 '계산서'를 후세에게 돌리더라도 재정지출과 장래에 대한 불안이 결과적으로 현재의 기업과 소비의 경제활동을 갉아먹어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확대돼 재정과 통화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국채 하락과 통화가치 폭락 위험도 높아진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일본은 재정확장정책을 선택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하고 "MMT가 수입돼 재정확장정책을 지지하는 이론으로 안이하게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