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상 드러난 노트르담 대성당…뻥 뚫린 천장, 바닥엔 잿더미

소방대·교회 직원들 처신 덕에
가시면류관·튜닉 등 피해 면해
13세기 지붕 구조물은 소실
'장미 창' 온전히 보전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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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상 드러난 노트르담 대성당…뻥 뚫린 천장, 바닥엔 잿더미
폐허로 변한 성당지난 16일(현지시간) 화재로 인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뻥 뚫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참상 드러난 노트르담 대성당

16일(현지시간) 화마(火魔)가 지나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참혹했다.

첨탑이 푹 주저앉은 곳에 뻥 뚫린 천장의 커다란 구멍, 붕괴한 지붕의 잔해와 돌무더기들.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의 일부를 취재한 프랑스 언론들은 화마에 타버린 85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류 문화유산의 민낯을 이렇게 전했다.

프랑스 공영 AFP통신은 이날 "기자들은 성당의 주 출입문 중 하나를 통해 안쪽의 그을린 잔해와 돌무더기 등 피해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희망적이게도 성당 뒤쪽의 황금색 십자가가 꿋꿋이 빛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노트르담 성당의 필리프 마르세트 신부는 화재가 진압된 뒤 처음으로 성당 내부로 들어간 사제 중 하나다. 이날 내부를 둘러본 뒤 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856년 전에 지어져 전쟁과 폭격까지 견뎌낸 성당인데, 마치 폭격을 당한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미사가 끝난 직후 성당 지붕 위에서 불길이 처음으로 확인됐을 때를 돌이키면서 "지옥과 같았다"고 전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계속 봤어요. 완전한 혼란이었죠. 그런데 거기에 나 자신이 휩쓸리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어요."

31년 전 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는 그는 프랑스 문화유산의 최고봉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노트르담 성당에 불어닥친 불운에 망연자실해 하면서도, 소방대와 사제들, 교회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대재앙을 면할 수 있었음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전날 큰불이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는 예수가 쓴 것으로 알려진 가시 면류관을 비롯해 성 십자가, 십자가에 박혔던 못, 루이 9세가 입었던 튜닉(상의) 등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한 유물이 보관돼 있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도 유물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영웅적 헌신이 빛났다. 유물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던 위급한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은 시민들과 함께 '인간 사슬'을 만들어 성당 내부에 있던 유물들을 꺼냈다. 인간 사슬 제일 앞에는 파리 소방서 사제로 복무 중이던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가 있었다. 필리프 구종 파리 15구역 구청장은 푸르니에 신부가 그의 동료 소방대원들과 함께 불타는 대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다른 소방대원들은 대성당의 종탑을 지켜내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이 이는 탑으로 들어갔다. 그들에게는 종탑을 지키지 못하면 대성당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종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가브리엘 플뤼스 파리 소방대 중령은 "파리 소방대원들은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지만 이번엔 유물 중 어떤 것을 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성당 내부에 있던 중요한 예술품과 성물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소방관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화재의 열기로 천장에서 납이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헌신한 소방관 덕분에 가시면류관과 13세기 프랑스 루이 9세(생 루이)가 입었던 튜닉(상의) 등이 피해를 면했다. 또한 역사적 명물 가운데 하나인 오르간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소실된 첨탑의 끝을 장식했던 수탉 청동조상도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극적으로 회수됐다.

하지만 수많은 목재로 이뤄져 '숲'이라 불리던 13세기 지붕 구조물은 결국 소실됐다. '장미 창'으로 불리는 성당 내부의 3개의 화려한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도 모두 온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다. 모두 13세기 작품들로 가톨릭 미술의 최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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