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 50년… 아름다운 퇴진 선언한 김재철 회장

"회장에서 물러나 응원하겠다"
차남 김남정 부회장 체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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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경영 50년… 아름다운 퇴진 선언한 김재철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그룹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격 퇴임을 결정했다. 사진은 기념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는 김재철 회장.

<동원그룹 제공>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한국 경제계를 이끌어 왔던 거목들이 잇따라 물러나며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가운데, 재계에 큰 족적을 남긴 또 한 명의 거목이 '아름다운 이별'을 선언했다. 재계서열 45위 동원그룹을 이끄는 김재철 회장(사진)이 전격 퇴진을 발표한 것이다.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도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1969년 동원산업을 세우며 '정도경영'의 첫 발을 뗀 지 50년 만이다. 김 회장의 퇴진은 그룹 내에서도 고위 임원들만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장에서 김 회장의 퇴임 소식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창업 이후 50년간 일선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 온 창업주다. 그간 재계에서 창업주가 명예롭게 은퇴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퇴진은 세대교체의 모범 사례로 불릴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김 회장은 재계에서 '신사'로 불린다. 50년간 기업을 이끌면서도 별다른 추문이나 논란거리를 만든 적 없이 경영활동에만 매진하며 직원 3명으로 시작한 동원을 재계서열 45위의 그룹으로 키워냈다. 특히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기업인의 책임을 다했다.

실제 동원그룹은 공채 제도를 도입한 1984년 이후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을 포함,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실시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났던 1996년에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식 석상에 일절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루기도 했다.

김 회장의 '정도경영' 원칙을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1991년의 증여세 자진납부다. 당시 김 회장은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62억380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 당시 국세청이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라고 밝힐 정도로 이슈가 됐다. 심지어 세무당국은 차명계좌를 통해 더 많은 지분을 증여했을 것이라며 세무조사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탈세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인 김남구 부회장과 김남정 부회장 역시 밑바닥에서부터 철저하게 경영 교육을 시켰다.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 된다는 김 회장의 원칙 때문이었다. 김남구 부회장은 대학을 마치자마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6개월간 탔고, 김남정 부회장은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영업사원을 거쳤다. 두 아들이 임원이 된 것은 입사 11년이 넘어서였다.

김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도 "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며 "우리 사회에 더욱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해 본다"고 정도 경영을 강조했다. 한편 동원그룹은 앞으로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맡고 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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