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익 명분삼아 기업경영 `쥐락펴락`

국민연금공단 '책임 활동 지침'… 임원 보수까지 '제동'
해당 기업은 중점관리 압박키로
재계 "고유 권한에 과도한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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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기업 규모에 비해 사내이사와 감사의 보수 한도를 과도하게 올리는 기업을 집중 견제한다. 지난 3월 주총에서 도덕적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기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임원의 보수 인상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국민연금이 국민의 자산을 활용해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을 마련, 본격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지침 내 세부 기준을 보면 국민연금기금은 보유 상장주식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거나, 기금 이익에 반하는 안건에는 반대키로 했다. 또한 보수 한도 수준과 보수금액이 회사 규모나 경영성과 등에 비해 과다한 경우 반대표를 행사키로 했다.

더욱이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올리는 안건을 제안해 주주권익을 명백히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면 해당 기업을 중점관리 기업으로 정해 비공개 대화나 공개서한 발송 등 압박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투자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그동안 대주주 지분의 벽에 막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재벌총수들이 급여와 퇴직금 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보수를 받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실제,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2018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보수, 급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등기임원 연봉은 일반 직원의 13.6배, 미등기 임원의 2.8배에 각각 달했다. 미등기 임원의 연봉은 평직원의 4.8배 수준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 간 급여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지자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를 제정해 과도한 인상을 견제해 왔다. 프랑스는 의 경우 2012년 공기업의 연봉 최고액이 해당 기업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고, 스위스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최고경영자 연봉이 직원 중간값의 몇 배인지 매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6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와 10배로 제한하는 내용의 '최고임금법(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사회가 판단할 사안인 임원 보수 한도까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임원 보수 한도 결정은 이사회가 판단하는 고유 권한이다"며 "임원 보수 한도를 손보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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