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더블 3S시대`가 달려온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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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더블 3S시대`가 달려온다
예진수 선임기자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 깨달은 나라다. 미혼 남녀에게는 300%의 싱글세를 부과했다. 4명의 자녀를 두면 세금을 면제해줬다. 남자아이를 3명 이상 낳은 여성에게는 묘비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특권을 줬다. 한국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12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썼다. 결과적으로 출산장려책은 실패했다.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9년으로 3년이나 앞당겨졌다. 내년부터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하락하며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인구 보너스의 반대) 시대에 접어든다. 북한도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고 한다. 머지 않아 닥칠 한반도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한국인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증유의 사건이다.

한국 사회는 핵심 정책 이니셔티브인 인구 감소 문제를 놓고 재정고갈과 인력 부족이라는 두 명의 골리앗과 힘겨운 씨름을 해야 한다. 써야할 돈은 늘어나는데 재정 운용은 방만하다. 가용할 인력은 부족한 데, 각종 규제 장벽 때문에 인재들은 창의성을 펼칠 수 없다. 인구 오너스 시대에는 노동력 부족(shortage), 생산성 저하(shrinkage), 세대 간 일자리 경합(struggle) 등 이른바 '3S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에 노동 인구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문제는 인력자질 향상과 기술(IT) 혁명에 따른 생산력 제고가 이뤄지기 전에 인구감소 시대가 닥쳤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함(Simple), 스피드(Speedy), 특이성(Singularity)이라는 또 다른 3S를 추구한다. '더블 3S시대'에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이지만 거미줄 규제망 때문에 꼼짝을 못한다.

인구가 급감하는 지금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구 노화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것 못지 않게 '인구절벽 시대'에 몸에 맞을 옷을 새로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대학이 40대·50대가 된 졸업생을 다시 불러들여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직무능력을 습득시킨 뒤, 다시 직장사회로 내보내는 '졸업생 재훈련 제도'를 도입해봄직 하다.

KDI 박윤수 연구위원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2015년부터 재교육·재훈련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은 높이고 은퇴연령은 늦추는 '스킬스퓨처 무브먼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 우수한 보육 교사를 수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오너스 시대에는 에너지 정책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 에너지 수요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산업의 큰 기둥인 에너지 산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인구는 줄어드는 데, 저성장 고착화와 빈부격차 심화, 복지 수요 증가로 인해 재정으로 틀어막아야 하는 수요는 팽창하고 있다. 2011년부터 7년 연속 흑자를 유지해온 건보재정도 지난해 17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오는 2060년이 되면 소득의 30%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나왔다. 디플레이션보다 무서운 것이 인구감소라는 말이 실감난다.

1980년대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구가하던 일본은 고령화와 성장 잠재력 하락으로 1990년대부터 0%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금처럼 중국의 제조경쟁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돌파구를 못찾는다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맞을 수 있다. 인구 감소 시대를 앞두고 실탄을 쌓아둬야 하는데 재정 중독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조급한 추경 편성부터가 그렇다. 추경 편성은 주로 조기집행 등으로 돈이 바닥나는 시기인 가을에 했기 때문에 추(秋)자를 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올해는 봄부터 추경에 착수한 탓에 춘경(春更)이 돼 버렸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이 걱정이다. 인구 감소와 산업 조로화로 들어올 돈은 줄어들지만, 여당과 야당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선심성 포퓰리즘 항목을 신설하는 데 열을 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재물과 세금을 아껴 쓰는 것이 곧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조선시대 '절용애인'(節用愛人) 정신을 곱씹고 되새겨야 할 때이다.

예진수 선임기자 ji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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