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법관 이해충돌 위한 변명은 없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 입력: 2019-04-14 18:02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법관 이해충돌 위한 변명은 없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 조항이 사실상 위헌이라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을 통해 "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낙태 허용 기간을 임신 22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먹는 낙태약 등이 판매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재판관이 낙태약 제조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양심과 법률적 지식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판결의 공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지난 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들, 특히 판사들의 주식투자에 대해 사회적 고민을 요구하였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원 중 83%에 달하는 35억4000여만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잦은 거래와 타이밍은 문제가 된다. 이들 부부는 모두 5000회가 넘는 주식거래를 해왔다. 특히 이 후보자의 남편이 주식을 사면 해당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주식을 팔면 주가가 내리는 '기막힌 타이밍'에 주식전문가들도 감탄한다. 더 큰 문제는 이 후보자가 OCI 그룹사인 삼광글라스 주식 900여주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OCI 관련사인 이테크건설 사건 재판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공직 후보자들에게 주식투자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공직자들의 단골 낙마사유는 대부분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기피, 탈세 등의 이유였다. 정몽준과 안철수 등 기업오너가 공직에 출마할 때 주식의 백지신탁에 대한 논의가 잠시 이뤄지기도 했다. 또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면서 거론됐던 벤처기업가들이 주식처리문제로 인해서 장관직을 고사했다는 에피소드가 들렸을 뿐이다. 사실 공직자의 주식투자로 발생하는 이해상충을 해결하는 가장 명확한 해결책은 법관들의 주식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판·검사는 주식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고 말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선 법원 판사의 경우에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한 판단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여겨지면 소송 당사자의 기피신청이나 해당 법관의 회피로 공정한 재판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처럼 한정된 인력(9명)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면 기피나 회피로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만약 특정기업 주식을 갖고 있는 재판관이 2~3명이 된다면, 나머지 6~7명이 해당 사안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해상충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에도 법관들의 주식소유는 여러 차례 논란이 되어왔다. 지난 2013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주 대법원의 판사 273명중 107명(39.2%)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들 법관들에게 개별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는 은행이나 펀드회사의 뮤추얼펀드를 통한 포괄적인 주식투자를 권고하고 있다. 또 개별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은행 등 독립적인 기관에 백지신탁을 하여 이해충돌을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1000만원 이하로 소액투자를 하거나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경우에도 이해상충을 극복하는 방법이 된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40대 여성 판사, 이미선. 문재인 대통령은 그녀를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여성과 지역성이라는 가치로 헌법재판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느슨한 도덕관념을 가졌다면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법관은 단지 법률을 해석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과도한 주식투자로 인한 도덕성 논란으로 이미선 후보자가 과거 어떠한 판결을 내렸는지, 그것이 얼마나 타당하고 법적 논리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듣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공직자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윤리가 확립된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투명해질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는 검찰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