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환상에 젖은 文정부 외교정책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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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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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칼럼] 환상에 젖은 文정부 외교정책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 정부 국정5개년 외교계획을 보면, '국제협력을 주도하는 당당한 외교'가 핵심목표로 설정돼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밀어붙여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를 형성하고, 한반도 주변 4강에서 벗어난 자주외교의 길을 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국과 미국 중심의 교역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해 한반도 경제영역을 확장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놓고, 민간 인사들의 자문을 거친 후, 다양한 부처 파견공무원들을 통해 집행해나가고 있다.

이 세상의 어느 나라가 할 수만 있다면 '당당'하고 '주도'적인 외교를 마다하겠는가. 정말로 이런 외교를 정책목표로 공공연히 설정하고 실제로 밀어붙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장 미국-일본 동맹축으로부터 멀어지는 계기가 됨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이용만 당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적 맞추기식 정책추진도 예정된 수순이다. 3P 정책(People, Peace, Prosperity) 성과를 올려야 하니, 동남아 진출 기업들에 한국인 청년고용을 의무화하고, 현지 단순노동 아르바이트 일자리라도 주선하면서까지 사람 교류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월 200만원은 받아야 안정적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잘해야 임금수준 50만원에 불과한 아세안 지역으로 우리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진출할 유인은 없다. 정부는 아세안지역과의 관광객 수가 12.5% 증가하고, 유학생 수가 60% 증가했음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한류 확대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결과라 보이는 데도 말이다.

평화 공동체는 자주외교가 아닌 실용주의 외교를 통해 달성된다. 북한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핵심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 더욱 친밀한 협조 및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기본이다. 때론 과감한 친북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나, 미국과의 공동보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노력이 항상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북한을 압박하여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여야 할 때, 거꾸로 친북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 정부 평화정책의 현주소다. 한-미 엇박자는 미국이 방위비분담, 무기구매, 통상보복 압력을 가중시키는 빌미도 제공하게 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에 필수적 요소인데도 일본 때리기 정책들을 쏟아내 대일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시켰다.

번영 공동체 또한 우리가 자주노선을 통해 형성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동남아 지역 현지기업이나 일본기업들이 경제 플랫폼과 인프라 주도권을 잡아 버렸다. 전자상거래도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와 유럽기업들이 깊숙이 침투했다. 세계적 신보호주의와 경제불황을 맞아 강력한 친기업 정책과 성장주의 정책을 펼쳐도 모자라는 시기에, 기업 규제정책과 소득주도 성장으로 돌아선 사이 벌어진 일이다. 우리기업들이 여력이 없기에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수 없는 환경을 우리정부 스스로 조성해버린 셈이다. 정부는 신남방과 신북방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경제 활력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확장, 혁신, 포용의 3대 축을 중심으로 FTA를 추진하는 신FTA 정책"이라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가속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과 양자 FTA 조속 추진, 인도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협상, 러시아 등과의 FTA라서, 기존 FTA정책을 표지만 바꾸어 포장한데 불과하다. 갑자기 우리 아세안대표부를 차관급으로 승격시킨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아세안(ASEAN)은 EU와 달리, 공동체 의사결정 기관도 아니고 동남아국가들의 메신저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기구다. 우리 아세안대표부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도 마치 아세안에 대한 교두보가 생긴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진보진영 민간 인사들을 대거 아세안 지역 공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신북방정책 또한 성과를 거두려면 막대한 인프라 건설 투자와 안보협력이 필요하다. 국제철도를 건설하고, 항만을 개발하며, 천연가스를 개발·운송하는 사업들이 주변국가들의 적극적 참여와 협력 없이 진행될 수는 없다. 당당하고 주도적 외교를 통해 미국·일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신북방 번영공동체를 실제로 구축해나가겠다는 것인가.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의 장밋빛 용어들만 난무하는 현 외교정책이 간과하고 있는 ABC는 우호·선린·실용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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