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블랙홀` 사모펀드… 개미는 남의 잔치

공·사모 '절름발이 정책' 쏠림 주도…"공모 정책 숨통 터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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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국내 펀드시장 설정액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 거액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사모펀드에 몰린 결과다. 최근 주목을 끈 KGCI와 한진칼 간 경영권 분쟁 등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사모 접근이 사실상 '그림의 떡'인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남의 잔치'인 셈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설정액은 600조190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 말 500조원 돌파 이후 1년여만에 100조원이 증가했다. 부동산 펀드와 혼합자산형 펀드로의 강한 유입세에 기인한 것으로 지난 한주에만 약 10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사모펀드 성장세가 가팔랐다.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353조6970억원으로 공모펀드 설정액(246조3220억원) 대비 107조3750억원 많다.

2007년 말 203조원이던 공모펀드 설정액은 12년 동안 20%대 증가하는데 그쳤다. 93조원에 불과했던 사모펀드 덩치가 같은 기간 4배 가까이 불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공·사모펀드 설정액 규모가 역전하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정부 주도 사모펀드 투자 활성화 방안이 더해지며 쏠림현상은 극대화했다.

부진한 공모펀드 성과 또한 투자자 신뢰를 잃은 요인이 됐다. 약 60조에 달하는 국내 주식형펀드는 1년 8.85%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3조원을 담은 해외 주식형펀드 역시 마이너스 수익을 내며 투자자 불신을 키우고 있다.

반면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팔리는 사모펀드의 경우 정부의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나날이 새로운 상품을 출시, 자금 블랙홀이 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주 설정된 209개 펀드 가운데 공모펀드는 24개에 불과했다. 총 2조3496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가운데 2조원 넘는 자금이 사모펀드로 유입됐다.

공모펀드시장 위축을 외면한 금융당국의 '절름발이 정책'은 쏠림을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 제약이 적은 편이다. 일례로 공모펀드는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동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 반면 사모펀드는 100%를 개별 유망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접근성도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모시장이 균형을 잃고 한쪽 성장에 치우치고 있다"며 "투자제한 금액이 1억원인 사모펀드는 사실상 전 국민 투자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모펀드시장을 중심으로만 성장하면 공모펀드 투자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소득공제 등과 같은 정책적인 유인을 통해 공모펀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자산운용업계 역시 공모펀드에 대한 효용성 문제와 성과 부진으로 인한 투자자 고민을 충분히 반영해 공모펀드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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