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규모 10조3291억원, 경제효과 164조1000억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60년간 R&D(연구개발) 투자 대비 경제효과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60년간 투입한 R&D 투자금액의 15.9배에 달하는 효과를 국가적으로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핵심은 자원빈국 한국의 에너지 부족문제를 해결해 준 일등공신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이다. 기술 국산화를 못 했을 경우를 가정한 수입대체 효과 55조5000억원을 포함한 비용절감 효과만 15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설립 후 작년까지 총 10조3291억원을 들여 R&D를 수행했다. 국가 예산 외에 병원운영 수입 총 1조5480억원, 원전사업비 5560억원을 포함한 액수다.
10조원의 투자는 중수로·경수로용 핵연료 국산화,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인 울진 3·4호기 원자로계통 개발, 독자 개발 3세대 원전인 'APR1400' 설계, 고연소도 핵연료 피복관 개발로 이어져 에너지 자립의 길을 열었다.
연구용원자로 건설·수출, 양성자가속기 개발, 냉중성자 연구시설 개발을 통해 기초과학·첨단산업 발달을 견인하고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 신약·화장품 산업도 키웠다. 중소형원자로(SMART), 사용후핵연료 파이로프로세싱, 소듐냉각고속로 등 미래형 원자력 기술 투자를 통해 원자력기술 도약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1980~1990년대에 원자력발전 기술자립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원자력연구원은 핵연료를 국산화하고 1982년 한국원자력연료를 독립시킨 데 이어 1996년 핵연료 설계업무도 이관했다. 1995년에는 한국표준형원전인 울진 3·4호기의 핵심이 되는 원자로계통 설계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한국표준형원전 상용화에 필요한 8가지 기술영역 중 6개 영역을 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해 개발했다. 특히 원자로계통 설계뿐 아니라 건설 허가조건, 현장 시공기술, 시운전 지침 등 원전 건설·운영 전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원자력발전 플랜트 건설·운영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부품·원자로·전기생산으로 이어지는 관련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한국표준형 원자로를 채택한 원전은 영광 3·4·5·6호기, 울진 3·4·5·6호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12기에 달한다. STEPI는 석탄·가스발전과 한국표준형원전의 전력단가를 비교해 총비용절감효과를 산출한 후 원자력연구원이 기여 부분을 계산해 158조5000억원이란 결과를 얻었다. 이중 원전 자체 건설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만 55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핵연료 자체 생산과 원전 자체 건설에 따른 부가가치 등 제품혁신 효과는 3조9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원자력 사고 등에 따른 안전비용 절감효과는 1조4000억원 규모로 분석됐다.
방사선기술은 신약, 화장품 등 산업에 적용돼 총 3000억원의 투자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산된다. STEPI는 원자력연구원의 기술을 이전 받은 400개 기업 549개 이전계약 중 324개 계약 내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기술이전에 따른 매출증가 효과가 2조11000억원에 달하고 그 중 3000억원은 수출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 신기술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만 분석한 결과 26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정혁신 효과도 8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술이전에 따른 사회적 R&D 비용 절감효과는 636억원에 달한다.
조사를 진행한 안두현 STEPI 박사는 "원자력연구원의 R&D 투자효과는 부가적 파급효과를 제외한 직접 효과만 계산한 결과"라면서 "초고온가스로 등 아직 현장 적용이 불확실한 미래원전 기술의 R&D 투자효과도 약 5조1000억원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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