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의 네거티브 규제 제안에도
복지부, 의료계 눈치… 규제완화 소극적
질병 빠진채 항목 늘리기… 실효성 없어
美·日·英 규제 심사 간소화로 산업 키워
2022년 DTC 시장 규모 4053억 전망도
복지부, 의료계 눈치… 규제완화 소극적
질병 빠진채 항목 늘리기… 실효성 없어
美·日·英 규제 심사 간소화로 산업 키워
2022년 DTC 시장 규모 4053억 전망도
DTC(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 규제 이슈가 국내 바이오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DTC 유전자검사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와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업계와, 기대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정책을 강행하려는 정부 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DTC 유전자검사는 병원이 아닌 민간 유전자검사기관에서 소비자로부터 직접 검사를 의뢰받아 수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엄격한 규제로 질병 예방·관리와 관련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우려해 12가지 항목만 포함하는 형태로 2016년 7월 DTC 유전자검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는 DTC 유전자검사가 12가지 분야로 제한돼 있고, 질병 예측 등의 분야가 빠져 있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이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는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피부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 등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질병 예방·관리 분야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건강기능식품 분야, 다이어트 컨설팅 분야와 제휴하는 등 주변부 시장만 맴돌고 있는 처지다. 이러다 보니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300분의 1, 이웃나라 일본의 40분의 1 수준인 6억원(업계 추산)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2월 DTC 유전자 검사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57개로 늘리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크로젠 등 유전자검사 기업들의 모임인 유전체기업협의회는 복지부의 시범사업에 산업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참여를 거부하기로 했다.
당초 산업계는 DTC 유전자 검사 항목과 관련,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121개 항목을 논의했으나 이나마도 질병과 조금의 연관성이 있으면 제외됐다. 결국 항목을 57개로 확대했다고 해도 그동안 12개 항목으로 진행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해외처럼 DTC 규제를 완화하고 활용 범위를 확장해, 유전자검사 분야의 우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DTC 유전자검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업계 자율규제를 통해 DTC 유전자검사 시장을 키워왔고, 그 결과 이미 이 분야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의료계 눈치를 보느라 규제를 푸는데 과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 진단, 약물 처방과 관련된 검사항목에 대해서만 DTC를 제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최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대장암 등 12개 질환에 대해 DTC 유전자검사를 허용했다. 앞서 2008년에는 온라인을 통한 DTC 개인유전체분석서비스를 시작해 23앤드미, 패스웨이 지노믹스 등이 질병·건강과 관련한 100여개 항목에서 DT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2017년 11월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관련 규제를 '제품별 심사'에서 '업체별 심사'로 간소화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업체들로 이뤄진 협의회가 내부적으로 DTC 관련 규제 조항을 만들고, 그 조항을 후생성이 인증하는 프로세스를 따르도록 하는 자율규제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에서는 약 360개 항목에 대한 DTC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영국 역시 법률에 의한 규제 없이, 협회 차원의 권고만 두고 있어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DTC 시장 규모가 2016년 1055억원에서 2022년 4053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