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외길… 경제발전 이끌어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8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다.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며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일념으로 항공 산업의 초석을 다졌지만, 말년에는 가족들의 '갑질 의혹' 논란으로 곤욕을 치루는 등 '영욕의 생'을 살았다. 재계는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회장이 폐질환이 있어 미국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말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사내이사직을 박탈 당한데 따른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조 회장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요양 목적으로 LA에 머물러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지에서 조 회장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운구는 최소 4일에서 1주일가량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즉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으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해 항공 등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에 항공업계를 비롯한 재계는 그가 항공산업 발전 등 경제에 기여한 공이 크다며 애도했다. 재계는 향후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취약한 지배구조와 행동주의 사모펀드,국민연금 등의 견제 속에 조 사장의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조 회장 일가와 우호 지분이 28.95%인 가운데, 50%에 이르는 상속세를 고려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해 조 회장 보유지분(17.84%)의 절반을 상속세로 납부한다고 가정할 때,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종전 28.95%에서 20.03%로 떨어진다"며 "강성부 펀드(KCGI)와 국민연금공단의 합산 지분율이 20.81%에 달해 충분히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일·차현정·김민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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