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이 나이에 전세살기 싫었다"

박선호 정경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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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이 나이에 전세살기 싫었다"
박선호 정경부 부장
한 가지 말만은 정말 솔직했다 싶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의 변' 이야기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한 문제로 김 전 대변인이 결국 지난 29일 자진 사퇴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28일의 일이니, 하루만의 전격적인 사퇴다. 김 전 대변인의 사퇴는 어떤 점에서 현 정권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 정권의 경제, 사회 관념과 현실의 불일치에서 빚어진 촌극이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사건이다.

일의 전후 사정 자체가 그렇다. 김 전 대변인 주장 그대로 사건을 보면, 은행 빚 10억 원에 사인(私人) 간 채무와 전세금으로 26억 원에 건물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건물은 조만간 재개발이 돼 아파트는 물론 상가까지 받을 게 예정된 상황이었다. 시장에서 이런 부동산을 흔히 '로또'라 한다. 누가 봐도 잘한(?) 투자다. 누구라도 그럴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 시점에서 은행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돈 빌려줄 친지도 없다. 관사는 더욱 더 없다. 김 전 대변인은 마침 이런 조건을 다 갖췄다. 그래 모든 것을 걸어 기회를 잡았다. 최소한 관사 입주 때 자신의 직위도 최대한 활용한 듯 싶다. 경호 인력이 주로 쓰는 관사에 서울 거주 청와대 대변인이 가족과 입주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고위 공직자로서는 투자를 역시 지나칠 정도로 잘한 면이 있다. 그래도 죄라고 하기까지는 그런데, 결국 일국의 대변인이 사퇴를 했고, 모두가 당연시 한다. 바로 잘한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하는 현 정부의 성향 때문이다.

그런 정권의 대변인이다 보니 내놓은 사퇴의 변도 구차하다. "아내가 자신 모르게 했고,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은행 대출을 한 번 받아본 직장인이라면 잘 안다. 10억 원의 대출을 이자 낼 사람이 모르게 해줄 수 있는 은행은 국내에 없다. 전세금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어느 한쪽 몰래 혼자 마음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잔금 준비를 해야만 주택매매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청와대 관사 입주 문제도 마찬가지다. 관사라는 게 "내일 가니 방을 달라"고 하면 되는 호텔이나 여관은 아닐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김 전 대변인은 가족과 함께 지난해 2월부터 관사에 입주했으며, 주택 매매 계약은 지난해 7월 맺었다. 그 5개월 간 아내가 26억 원 고액의 주택매매 계약을 하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났다는 것은 참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어차피 물러나는 것, 그리 구차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 구차함을 지적하고자 하는 게 이 글의 목적도 아니다. 어차피 물러난 이에 대해 한마디 더하는 것도 아니다 싶다.

다만 한 가지, 김 전 대변인이 남긴 말이 정말 우리 직장인의 진심을 대변한다 싶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전세 살기 싫었다." 전세를 사는 모든 가장의 바람이다. 50이 넘어 전세 사는 필자의 마음도 같다. 정말 청와대가 직시했으면 하는 게 바로 이 한 조각의 진심이다.

현 정권은 부동산 거래 자금줄을 틀어막으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소유주에게는 정말 최악의 정책이다. "집 가진 게 죄 같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정부는 어느 시장이든 '상투를 잡고, 거품에 빠진 것'은 개미, 즉 서민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물론 아직 상투를 잡은 서민보다 그조차도 못한 서민이 더 많다. 당장 현 부동산 정책이 환영받는 이유다. 그렇지만 이제 곧 정부도, 당장 좋아했던 서민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그 누구도 김 전 대변인처럼 집을 갖기 힘들게 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이라 해도 이젠 어렵다. 시장이 망가지면서 투자성이 있는 부동산 자체가 줄고 있다. 그래서 김 전 대변인 역시 "집을 도로 팔겠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경제는 바로 이런 것이다. 김 전 대변인과 같은 욕망의 메커니즘 속에 움직이는 것이다. 욕망은 넘치는 물과 같다. 물길은 내 흐름을 유도할 때 홍수가 나지 않고 속도를 내며 돈다. 지금처럼 막기만 해서는 언젠가 욕망의 대홍수 속에 시장이 수장되고 만다. 시장의 모두가 김 전 대변인과 같이 '욕망한다'는 것을 언제쯤 이 정권이 제대로 알까? 청와대 대변인의 마지막 말을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가 듣기를 바란다.

박선호 정경부 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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