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채 600조 돌파 추정
가구당 1억… 5년새 1000만원↑
4곳이상 대출 연체 비중도 2.4%로
가구당 1억… 5년새 1000만원↑
4곳이상 대출 연체 비중도 2.4%로
자영업자의 비명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늘기 시작하고,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경영사정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현재 금융당국이 대출 총액 증가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대출을 쓸 수 있는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처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 속 자영업자들은 더욱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41조5000억원 증가해 연말에는 600조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가구당 평균 부채는 지난해 1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특히 비은행권이나 다중채무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매출은 뒷걸음질 치고 있어 대출 '뇌관'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의 대출 증감률은 2017년 초 증가율이 확대되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축소되는 양상지만,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가계대출 증가율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은 2015년 9월 14.2%(전년 동기 대비)로 최고점을 찍고 이후 9~1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예금은행 기준 6~7%대다.
특히 은행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7년 9.7%, 2018년 2분기 12.9% 증가한 반면같은 기간 비은행은 26.6%, 22.2% 각각 증가했다. 정부가 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에선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면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비은행으로 눈을 돌린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수와 대출규모가 절대적으로 크긴 하지만 비은행만을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의 수나 대출규모 비중이 최근 확대되고 있는 추세여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다중채무 현황에서도 4개 이상의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자영업자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연체 리스크다. 비은행 대출 비중이 10~50%인 부채 자영업자 그룹에서 연체 발생 자영업자 수 비중은 2017년 6월 1.10%를 하회했지만 1년 만에 1.15% 넘어섰다. 불량발생 자영업자 수 역시 2017년 6월 3.1%를 상회했던 반면 2018년 6월 3.3% 돌파했다.
4개 이상 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중 연체발생 자영업자 수 비중은 2017년 6월 2.20%를 상회하는 규모였지만, 1년 만에 2.40%로 높아졌다. 불량 발생 자영업자 역시 5.5% 가량에서 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부채현황은 전반적인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는데 증가 추세는 지난해 살짝 주춤한 상황"이라며 "다중채무나 높은 비은행대출비중인 차입자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부채의 질은 떨어지고 있는데 매출 역시 추락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시험조사'에 따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늘었다는 응답은 각각 15.5%와 14.3%에 그친 반면 줄었다는 응답은 각각 70.9%와 72.1%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소상공·자영업자들의 연 평균 매출액은 2억379만원, 연 평균 영업이익은 3225만원(월 269만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영업이익은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기준 임금 근로자 월평균 소득 287만원보다 23만원이나 적다. 월평균 영업이익률은 15.8%로 전년도 28.2%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월 조사하는 소상공인시장경기동향조사의 BSI(경기실사지수) 지수만 봐도 소상공·자영업자들의 악화된 현실을 알 수 있다. 올해 2월 매출 체감 지수는 61.8, 영업이익은 61.7로 기준값인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 지수는 100초과면 호전, 100 미만이면 악화를 뜻한다. 올해는 1년 전 매출 63.9, 영업이익 63.5에 비해 오히려 더 떨어졌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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