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중심이 청년창업? 이것은 문제
중장년 창업·대기업 벤처에 눈돌려야
창업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정부
성장 선순환 생태계 조성 우선해야
중장년 창업·대기업 벤처에 눈돌려야
창업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정부
성장 선순환 생태계 조성 우선해야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모험투자로 `빅 석세스` 노려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903/2019032002100431650002[1].jpg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모험투자로 `빅 석세스` 노려야")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하)
벤처·창업생태계 혁신 전략
디지털타임스·기술경영경제학회 공동조사
전문가들은 정부가 AI,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을 집중 지원하면서 투자자금이 넘쳐나지만 투자 선순환 생태계가 미비하다 보니 '머니게임' 양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벤처투자 성공률에 매달리지 말고 '큰 성공'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고 하는데 사상 최대인 정부 스타트업 재정지원이 정말 가치 있는 기업에 이뤄지고 있는지, '좀비기업 양산 촉진제'는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중심이 청년창업인데 경험이 풍부하고 성공률이 높은 중장년 창업, 대기업의 사내벤처 활성화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문가는 "산업 현장은 하이테크 보다 로테크 지원을 통한 생산성, 애로기술 해결이 필요한 곳이 더 많다"면서 "현장과 기업 맞춤형 지원과 복잡한 인증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D컨설팅 기업의 한 CEO는 "벤처투자·창업생태계가 지나치게 정부 정책자금과 벤처캐피털 중심으로 운영돼 '혁신 촉진자' 측면 보다 '머니게임' 성격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사업경험을 갖춘 중견·중소기업들이 기술이전, 스타트업 M&A 등에 뛰어들어 초기 투자가 회수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고위험 고수익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이템을 발굴하고 키우는 동반자적 투자문화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이 CEO는 "투자의지와 사업화 경험을 갖춘 중견기업들과 첨단 벤처·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교류·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모험투자 이후 사업화 위험을 줄여주기 위한 R&D와 각종 지원정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기업의 한 CTO는 "최근 창업과 벤처투자가 활발하지만 선순환 생태계까지는 못 가는데, 벤처창업 목적의 대부분이 IPO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PO 전에 M&A를 통한 기업성장 모델이 부족하고 글로벌로 성장한 벤처 스탠다드가 없다"면서 "창업과 성장을 통해 다시 벤처가 만들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려면 정부가 창업 인센티브 뿐만 아니라 M&A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스타트업·벤처 지원이 창업 초기에 집중되고 '죽음의 계곡'을 경험하는 3~7년차 지원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문제"라면서 "창업 분야도 웹서비스, 앱 개발 등 일명 '가벼운 창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역시 정책효과를 보다 쉽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창업' 지원을 강화하는 경향이 보인다"면서 "첨단 기술기업을 키워 탄탄한 중소·중견기업이 되도록 지원 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신기술 기반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투자정책이 안전 위주이고 창업 리스크를 같이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리스크를 지지 않고는 큰 성공사례를 만들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국가 R&D로 얻은 원천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사업모델 기획, 마케팅, 법률 지원그룹, 핵심 기술을 솔루션으로 구체화 하도록 돕는 연구개발서비스 그룹 등이 창업생태계를 만들도록 플랫폼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창업의 양이 아닌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교수, 연구원 등 지식계층의 창업 비중은 2001년 16%에서 지난해 8%로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전문가는 "청년창업 증가로 인한 반사효과로 보이지만 지식계층의 하이테크 창업이 위축되는 것은 문제"라면서 "GDP 대비 벤처투자 규모도 작년 기준으로 0.19%에 그쳐 미국(0.4%), 중국(0.26%) 등과 격차가 있는데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투자를 늘리기 위한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M&A 활성화, 재투자 인센티브, 엔젤투자자의 회수를 위한 엑시트 전략 등 벤처투자 회수시장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책연구기관 전문가는 "벤처법과 창업법으로 이원화된 벤처투자제도를 일원화해 민간이 펀드 투자를 제안하면 정책 목적에 맞는 경우 정부 모태펀드가 매칭 출자하는 식으로 민간 주도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우주기업 CEO는 "기술기반 창업이 활성화 되려면 출연연 출신 연구자들이 창업에 뛰어들도록 마당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출연연 마다 제각각인 연구자 창업휴직 제도부터 통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창업 연구자들이 무상으로 기술을 실시한 후 매출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를 내고, 신규고용 인원수에 비례해 로열티를 깎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중기·벤처에 정부 R&D 자금을 지원할 경우, 기업당 매출규모와 인원수를 감안해 최대 정부지원금 한도액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IT 정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도 "중기·벤처 지원을 나눠주기식에서 벗어나 기업 성과·기술역량 제고 등 명확한 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R&D 지원도 기업에 분배하는 방식보다 출연연과의 협업을 통한 R&D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창업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M&A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는 "호흡기로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식의 벤처지원 방식은 안 된다"면서 "n분의 1 나눠주기식 접근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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