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산업체질을 바꾸고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성장을 이루려면 정부가 혁신생태계 내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병헌 기술경영경제학회장(사진·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은 "정부가 '혁신 스폰서'역할을 하는 기업가형 국가모델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혁신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극복하려면 헌신적인 개발자나 기업가 뿐 아니라 실패 위험을 떠안고 혁신가들을 지지하는 스폰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기업가형 국가는 실패 위험이 높거나 수익성이 낮은 기술과 벤처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관용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식의 과감한 정부 구매, 일정 자격을 갖춘 청년 창업기업에 무조건 투자하는 공공 벤처펀드 조성이 기업가형 국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민간이 이미 만들어 놓은 유망기술이나 벤처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민간과 역할을 분담해, 민간투자가 미치지 않는 기술과 벤처를 먼저 발굴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
특히 이 회장은 "현 정부가 창업벤처와 신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지만 대부분 과거 정부 정책의 연장선 상에 있고 민간 투자에 대한 매칭펀드 제공, 규제완화, 세금 깎아주기 등 한계가 드러난 이전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면서 "혁신창업 위험을 부담하거나 모험자본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자로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기술사업화 단계의 중기·벤처에 대한 정부 지원이 1억원 내외 보조금이나 정책자금 저리융자 위주로, 경쟁력 없는 창업벤처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리스크 높은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우수 인재 창업과 중소기업의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산업 구조개혁과 공공 벤처캐피털 육성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중기·벤처 지원사업 체계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연 24조에 이르는 고용노동부 일자리 지원 예산과 중소벤처기업부 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 8조원, 산업부 등 타 부처 예산 약 8조원을 합하면 중기·벤처 지원예산이 연 40조원에 달한다"면서 "부처별 분산 지원할 게 아니라 고용·R&D·판로·자금 지원이 기업 성장단계와 혁신 수준에 맞춰 입체적으로 이뤄지도록 사업체계를 재설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혁신 정책 전문가인 이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 하나로통신, 벤처투자기업 사이버펄스네트워크를 거쳐 광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 혁신성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도시혁신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