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역할의 구조조정 강조
부처간 칸막이 없애야 산업 육성
기업 출신 공무원 발탁으로 변화
부처간 칸막이 없애야 산업 육성
기업 출신 공무원 발탁으로 변화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
디지털타임스·기술경영경제학회 설문
"시장과 산업은 변하는데 정부만 그대로다. 갈라파고스 규제를 낳는 부처간 칸막이를 강제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시대흐름을 쫓아가지 못 하는 정부로는 미래가 없다. 조직 구조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21세기에 맞는 국가재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국내 대표 혁신전문가 30명이 기술혁신·디지털융합 시대에 맞는 국가 대전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존재 이유부터 조직 구성, 일하는 방식, 정부와 기업간 관계정의, 규제 방식까지 백지상태 에서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타임스는 3월 창간 19년을 맞아 기술경영경제학회(회장 이병헌 광운대 교수)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기업·대학·연구기관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시장과 산업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과거의 규제틀 속에 안주해 있는 정부 조직과 역할을 과감히 구조조정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융합형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 부처간 높은 칸막이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술융합과 혁신산업 육성을 위해 부처간 칸막이를 강제로 해체하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기존 사례가 없는 기술개발 과제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기 힘들 정도로 부처·공공조직간 칸막이와 떠넘기기가 심하다"면서 "부처·부서간 '담당자 연결시켜 주기' 제도를 의무화하고 기업출신 공무원 발탁을 확대해 정부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각 부처의 업무범위가 한정적이다 보니 융합형 신산업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 역할을 못 하다 보니 카카오 카풀 같은 신서비스를 두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카카오 카풀은 시작일 뿐 AI 서비스, 자율차, 드론 물류 등이 현실화되면 더 강력한 이해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자문 역할에 불과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같은 조직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부기구를 통해 신산업 규제완화와 법·제도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정책전문가는 "카풀 갈등사례는 기존 산업과 신산업간 갈등해소 과정을 셋업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담당부처인 국토부 뿐만 아니라 4차산업혁명위, 경노사위, 중기부 등 여러 부처가 뛰어들어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규제혁신을 맡은 총리실에 더해 기재부 혁신성장본부, 4차산업혁명위까지 나서면서 기존 규제 거버넌스 체계가 붕괴한 만큼 재건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산업융합 시대에 각 부처가 고유 영역을 주장할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해 다종 융합형 R&D 정책을 펴야 하는데 부처간 칸막이가 신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처간 협업이 신산업 성장의 제1 선결요소인 만큼 별도의 혁신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대학교수는 정부 내 칸막이를 뛰어넘는 부처협업을 통해 신산업을 성장시킨 공무원을 과감하게 포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대학교수도 "현재 행정부 관료들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앨 만한 동인이 없다"면서 "정부 내 인사·보상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연구기관 전문가는 "현재의 예산구조에서는 부처간 칸막이 극복이 힘들다"면서 "부처 평가에 다부처 협력을 주요 항목으로 담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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