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기업의 원활한 경영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그간 기업 오너들이 가업을 상속하려 해도 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기업규모를 더이상 키우지 않거나,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해외 투기자본에 공격을 당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피해는 이들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18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주최한 '상속·증여세법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업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승계 이후에도 고용창출 등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세제적 측면에서 지원한다는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도입된 가업상속공제란 대를 이어 기업을 운영할 경우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대상은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가업 승계 시 상속세율이 최고 65%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업상속제도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2011~2015년 5년간 연평균 가업상속제도를 적용받은 수는 62건에 불과했고, 2016년도 76건에 그쳤다. 액수도 32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회장 겸 한양여대 교수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제도가 그 취지를 잃고 오히려 가업승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상증세법에 의한 상속세 사후관리요건이 10년으로 너무 길어 기업들은 실제 제도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교수는 우선적으로 상속세를 공제받기 위한 가업의 최소 경영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 원장도 "우리나라도 기업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승계 과정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애로에 해당하는 상속세 부담을 경감해주는 가업상속공제 등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해 왔으나, 업계의 요구나 경쟁국 수준에 비해서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기업의 승계와 관련한 상속세액 공제 대상 및 한도 확대,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 평가 폐지, 사전 및 사후관리 요건 완화 등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주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가업상속세제와 관련해 반대 목소리도 존재하기 때문에 실무자로서 균형적 접근을 요구받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도 가업상속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0년이라는 사후관리요건과 업종유지 부분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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