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세입자 구하지 못할 경우
7곳 중 1곳 보증금반환 어려움
7곳 중 1곳 보증금반환 어려움
전세가격이 10% 하락하면 전국 3만2000가구는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큰 폭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비율이 높은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역전세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에서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가격 10% 하락 시 92.9%의 임대가구는 금융자산 처분, 5.6%는 금융기관 차입으로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지만, 1.5%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 이들 가구의 반환 부족자금은 2000만원 이하가 71.5%, 2000만~5000만원이 21.6%, 5000만원 초과가 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소 2000만원 이상의 보증금 부족자금을 금융회사에서 추가로 빌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인들을 의미한다.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임대가구는 14.8%가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9.1%는 금융자산 처분으로, 26.1%는 금융기관 차입으로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융안정국 관계자는 "임차인 재무정보는 파악하기 어려워 임대인 중심으로 분석이 이뤄졌는데, 한 임대인 당 평균적으로 2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보증금 반환 리스크에 영향 받는 임차 가구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시장은 지방에 이어 서울·경기·인천 등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전국의 직전 계약시점 대비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 비중은 올해 들어서면 5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2017년 중 10.0%에서 2018년 16.7%가 전세가격이 하락했고 2019년(1~2월) 들어서는 28.1%로 큰 폭 상승했다. 지방의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 비중은 2017년 35.8%에서 올해 중에는 60.3%까지 치솟았다.
이 중 올해 들어 전세가격이 0~10%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26.3%, 10~20% 하락은 14.9%, 20~30%는 7.1%, 30% 이상은 4.7%로 나타났다.
특히 보증금 규모가 작은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났다. 올해 1~2월 중 전세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아파트는 보증금 규모 1억~2억원이 34.6%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1억원 미만이 32.6%, 2억~3억원이 29.0%로 나타났다. 5억원 이상의 고가 전세는 9.5%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보증금 3억원 미만의 지방 전세아파트가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은은 전세가격 하락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나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데 비춰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세가격 조정폭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어 전세가격이 크게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비율이 높은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위험이 증대되면 전세·매매시장 위축, 대출건전성 저하, 신용리스크 증대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 금융안정국 관계자는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임대가구가 후속 세입자를 얻을 때 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지를 분석한 것"이라며 "전세가격 하락이 실물경제 충격으로 전세시장 전반에 나타나기 보단 지역별·주택별로 상이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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