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이 세계적인 현상라고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50개국 중 3위에 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이 50.6%로 절반을 넘었다.
연구원은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2017년 기준 20세 이상 인구 4182만명의 소득을 분석했다. 노동소득(임금·보너스·스톡옵션), 사업소득, 금융소득(배당·이자)을 합한 총 소득 80조3976억원에 대한 분석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최상위 집단의 소득 비중은 자본주의 발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은 2000년대 꾸준히 상승해 2004년 처음으로 40.71%를 기록하면서 40%대를 돌파했다. 10년만인 2014년 49.10%로 49%대에 진입, 2015년 49.65%, 2016년 49.79%로 50%에 다가서더니 2017년 0.81%포인트 증가해 과반을 넘어버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소득 비중 증가는 최상위 1%가 주도하고 있다. 최상위 1% 집단의 소득 비중은 2004년 10.42%로 10대에 진입했다가 줄곧 상승하며 2017년 15.26%로 4.84%포인트 늘어 15%를 돌파했다. 최상위 1% 집단의 소득 경곗값은 1억3571만원으로 10% 집단의 소득 경곗값 5153만원보다 2.5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며 상위 집단 내부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2010년대 이전까지는 임금 불평등이 최상위 1% 소득 비중의 증가를 주도한 반면, 2010년대부터는 특히 배당과 같은 금융소득과 사업소득 불평등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데에는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7 임금근로자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에서 소득층 분포를 보면 중위소득 50% 이상~150% 미만, 중위소득 150% 이상은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중위소득 50% 미만은 20.8%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했다.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고용지표는 악화하고 있고 일자리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 기댈 데 없는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고용지표를 보면 우리경제의 중심을 잡아 줄 30~40대의 취업자가 줄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2019년 3월호에 따르면 30대 연령층은 전년 동월에 비해 취업자가 12만6000명 감소하면서 2.2% 줄었다. 전월로 비교해도 지난해 12월 30대 초반 취업자는 249만2000명에서 올 1월 246만4000명으로 7만9000명 감소했다. 30대 후반은 305만7000명에서 4만7000명 감소한 303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40대 취업자는 지난해 12월 661만1000명에서 16만6000명 감소한 653만9000명으로 나타났다. 감소폭은 11월 12만9000명에서 12월 13만5000명, 1월 16만6000명으로 가파르다. 경제 핵심 연령층의 취업자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지표도 악화했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발표를 보면 올해 1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국내 사업체의 빈 일자리는 16만6700개로, 1년 전의 20만6417개보다 3만9717개 감소했다. 빈 일자리 감소 폭은 2011년 9월(6만850개) 이후 88개월 만에 가장 크다. 빈 일자리란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노동 시장에서 실업자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저소득층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가구주가 실업자나 비경제활동 인구에 해당하는 비율은 71.9%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65.0%보다 6.9%포인트나 올랐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불평등도가 심한데 반해 평균 소득세율이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1차 분배에서 조치가 있어야겠지만 우선 2차 분배(세금을 거둬 재분배하는 방식)로 소득세를 높여 효과를 꾀하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의 최상위 소득 비중과 소득경계값. 한국노동연구원 제공
